드물게 보는 잘쓴 글. 아직도 놀라운 글힘을 보여주시네요(2011년).
재미와 유머가 배여나오는 결연한 얼굴....
권정생 선생의 글에서 보고 싶어 했던 것이 여기에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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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오줌 쌌어
-백기완(노나메기 고문)
깊은 밤 신턱(현관)을 벌컥 열어제치며
“여보, 나 오줌 쌌어”
바지에서 양말까지 흠뻑 젖어 아랫도리부터
홀랑 벗는 걸 보고 아내의 웃음 잃은 말이었다
모진 매질에도 안 그랬는데 쯔쯔쯔…
어떻게 됐느냐 하게 되믄
경찰이 오도 가도 못하게 막아 사람 키
두 곱의 먹개(벽)를 무등과 턱거리로 넘고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외치며 청와대로 뚫다가
또 막혀 너댓 때결(시간) 밀고 밀었지만 끝내
‘한-미자유무역 매국협정’ 그걸 ‘쓸라’는 못 했어
감옥도 못 가고, 더는 못 참아 쌌지 뭐
쓸라라니, 그게 뭔 말인데
“폐기지, 폐기”
쓰레기는 말끔히 쓸어버린다는 걸 쓸라 라고 하지
아무튼 또 싸실 거요
무슨 소리야 다음엔 피를 뿌려서라도
‘한-미자유무역 매국협정’ 세계독점자본, 그 썩물
몽땅 쓸라치우겠다니까
여든인데 먹개 하나만 더 넘으면 된다는 거야
목숨을 걸면 되구 말구 암 그러는데 쭈르르르
흐르는 짠물을 주전부리(안주)로
술 옴박(잔)을 밤새 자근자근 하얗게 씹으며
“여보, 나 다음엔 안 싸고 참아내 볼게”
멋쩍은 웃음에 굳얼(결심)이 맺혔다
* 2011년 11월 26일 밤, ‘한-미자유무역 매국협정’
쓸라(폐기) 싸움에서 돌아온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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