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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 작업장 언덕길에 핀 꽃다지 나 오늘밤 캄캄한 창살 아래 몸 뒤척일 힘조차 없어라 진정 그리움이 무언지 사랑이 무언지 알 수 없어도 퀭한 눈 올려다본 흐린 천장에 흔들려 다시 피는 언덕길 꽃다지 눈감아도 보이는 수많은 얼굴 작업장 언덕길에 핀 꽃다지 나 오늘밤 동지의 그 모습이 가슴에 사무쳐 떠오르네 진정 그리움이 무언지 사랑이 무언지 알 것만 같아 퀭한 눈 올려다본 흐린 천장에 흔들려 다시 피는 언덕길 꽃다지 - 꽃다지, 김애영 글 '꽃다지'라는 노래패가 부른 '꽃다지'라는 노랫말입니다. 노래패 '꽃다지'는 80년대 말 학생이나 지식인 중심의 민중가요 혹은 운동가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노동자들의 노래를 만들고 부른 노래패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꽃다지'라는 노래가 나왔을 때 아주 흔한 꽃이 노래의 소재가 되었다는 것도 새로웠지만 무엇보다도 그렇게 흔하디 흔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삶을 노래하는 소재로 참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꽃다지를 만난 후 종일 입에서는 '꽃다지'라는 노래가 맴돌았습니다.
꽃다지의 씨는 심장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며 설사를 나게 하는 성질이 들어 있어 변비에 좋다고 합니다. 섬유질이 많으니 살을 빼는 작용도 한다고 하지요. 변비, 살 빼는 작용을 한다고 하면 귀가 솔깃해지시는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그런데 사실 꽃다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모든 산야초는 풍부한 섬유질로 인해서 불필요한 지방산을 없애주고 약하든 강하든 이뇨작용을 돕기 때문에 체내에 있는 불순물들을 걸러내는 일을 한답니다. 그냥 흔한 잡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필요한 구석들이 참 많지요? 이 세상에 필요 없이 존재하는 풀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더군다나 이른 봄 피어나 봄이 왔음을 사람들 사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알려주는 꽃다지, 그 상징성만으로도 존재의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쇠별꽃, 벼룩나물, 점나도나물, 양지꽃, 개망초, 씀바귀, 냉이, 민들레, 제비꽃까지 만났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누구하나 그들을 배려해 주지 않았어도 꿋꿋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 깊은 산에 피어나는 흔하지 않은 꽃보다 시멘트를 가르고 피어나는 꽃들이 들려주는 소리가 더 경이롭게 다가오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피어나는 꽃들이 있는데 여전히 그들에게 고마워하면서도 시간만 되면 흔하지 않은 야생화를 만나러 떠납니다. 여전히 내 마음 속에는 더 예쁜 것들과 귀한 것들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이죠. 그들이 예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언제까지나 주변에 있을 것만 같은, 언제든지 가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마음 때문에 자꾸만 그들에게 무관심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율배반적일 수도 있겠지요. 우리가 민중이라고 규정한 이들, 이 땅의 사람들, 그저 땀흘려 열심히 일할 곳이 있고 일한 대가만 받으면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꽃다지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역사의 주체이면서도 늘 소외되는 삶을 살아갑니다. 언제나 조연이요, 주인공이 아닙니다.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 떨쳐버리려 해도 함께 살아가는 것들, 나도 몰랐는데 내 주위에 살아가는 모든 것들을 다 사랑하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각별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은 꽃의 매력에 빠지면 누구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꽃입니다. 흔하디 흔한 꽃이니 나물로 먹기 위해 한 바구니 해도 미안하지 않은 꽃, 모조리 다 뽑아낸 것 같아도 반드시 다시 피어나는 꽃, 농사짓는다고 제초제를 뿌리고 밭을 갈아엎어도 반드시 또 피어나는 꽃, 한 줌의 햇살과 한 줌의 흙만 있어도 감사한 마음으로 피어나는 꽃, 꽃다지가 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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