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빛사랑채

꽃다지-봄알꽃(봄을 알리는 꽃)-꽃다지노래/김민수글,찍그림(사진)

한시알 2006. 3. 20. 09:09
[포토] 꽃다지가 그냥 잡초라고요?
달팽이의 꽃 이야기(1) 봄을 알리는 꽃, 꽃다지

ⓒ 김민수
아주 조금의 흙만 있어도 피어나는 꽃,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이면 기를 쓰고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다른 꽃들 못살겠다고 다 떠난 그 자리에서도 여전히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이런 노래로 많이 알려진 꽃입니다.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 작업장 언덕길에 핀 꽃다지
나 오늘밤 캄캄한 창살 아래 몸 뒤척일 힘조차 없어라
진정 그리움이 무언지 사랑이 무언지 알 수 없어도
퀭한 눈 올려다본 흐린 천장에 흔들려 다시 피는 언덕길 꽃다지

눈감아도 보이는 수많은 얼굴 작업장 언덕길에 핀 꽃다지
나 오늘밤 동지의 그 모습이 가슴에 사무쳐 떠오르네
진정 그리움이 무언지 사랑이 무언지 알 것만 같아
퀭한 눈 올려다본 흐린 천장에 흔들려 다시 피는 언덕길 꽃다지


- 꽃다지, 김애영 글


'꽃다지'라는 노래패가 부른 '꽃다지'라는 노랫말입니다. 노래패 '꽃다지'는 80년대 말 학생이나 지식인 중심의 민중가요 혹은 운동가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노동자들의 노래를 만들고 부른 노래패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꽃다지'라는 노래가 나왔을 때 아주 흔한 꽃이 노래의 소재가 되었다는 것도 새로웠지만 무엇보다도 그렇게 흔하디 흔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삶을 노래하는 소재로 참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꽃다지를 만난 후 종일 입에서는 '꽃다지'라는 노래가 맴돌았습니다.

ⓒ 김민수
꽃다지와 노동자들의 삶, 민중들의 삶은 통하는 구석이 참으로 많습니다. 특별하지 않아서 잡초라고 불리는 꽃, 사람 사는 곳 가까이에서 피고 지던 꽃입니다. 너무 흔해서 그저 봄나물감 정도로 알려진 꽃, 나물로 먹다가 이런저런 병에 약이 된다는 민간약으로는 잘 알려진 꽃입니다.

꽃다지의 씨는 심장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며 설사를 나게 하는 성질이 들어 있어 변비에 좋다고 합니다. 섬유질이 많으니 살을 빼는 작용도 한다고 하지요. 변비, 살 빼는 작용을 한다고 하면 귀가 솔깃해지시는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그런데 사실 꽃다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모든 산야초는 풍부한 섬유질로 인해서 불필요한 지방산을 없애주고 약하든 강하든 이뇨작용을 돕기 때문에 체내에 있는 불순물들을 걸러내는 일을 한답니다.

그냥 흔한 잡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필요한 구석들이 참 많지요? 이 세상에 필요 없이 존재하는 풀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더군다나 이른 봄 피어나 봄이 왔음을 사람들 사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알려주는 꽃다지, 그 상징성만으로도 존재의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민수
서울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푸른 것에 대한 갈증입니다. 그런데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빠지지 않고 푸른빛을 간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꽃다지'였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어디에나 있는 것들 중 이른봄, 서울 하늘에서도 푸른 빛깔을 잃지 않고 피어나는 것들을 찾아보니 이런 것들이 보입니다.

쇠별꽃, 벼룩나물, 점나도나물, 양지꽃, 개망초, 씀바귀, 냉이, 민들레, 제비꽃까지 만났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누구하나 그들을 배려해 주지 않았어도 꿋꿋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 깊은 산에 피어나는 흔하지 않은 꽃보다 시멘트를 가르고 피어나는 꽃들이 들려주는 소리가 더 경이롭게 다가오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피어나는 꽃들이 있는데 여전히 그들에게 고마워하면서도 시간만 되면 흔하지 않은 야생화를 만나러 떠납니다. 여전히 내 마음 속에는 더 예쁜 것들과 귀한 것들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이죠. 그들이 예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언제까지나 주변에 있을 것만 같은, 언제든지 가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마음 때문에 자꾸만 그들에게 무관심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율배반적일 수도 있겠지요.

우리가 민중이라고 규정한 이들, 이 땅의 사람들, 그저 땀흘려 열심히 일할 곳이 있고 일한 대가만 받으면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꽃다지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역사의 주체이면서도 늘 소외되는 삶을 살아갑니다. 언제나 조연이요, 주인공이 아닙니다.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 떨쳐버리려 해도 함께 살아가는 것들, 나도 몰랐는데 내 주위에 살아가는 모든 것들을 다 사랑하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김민수
'꽃다지(draba)'는 배추과에 속하며 볕이 잘 드는 풀밭의 어디에서나 전국적으로 자라는 1-2년초입니다. 전국적으로 자란다는 것은 어디에나 적응을 잘한다는 이야깁니다. 더군다나 이른 봄에 피어나는 작은 꽃이니 여느 꽃보다도 강인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각별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은 꽃의 매력에 빠지면 누구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꽃입니다. 흔하디 흔한 꽃이니 나물로 먹기 위해 한 바구니 해도 미안하지 않은 꽃, 모조리 다 뽑아낸 것 같아도 반드시 다시 피어나는 꽃, 농사짓는다고 제초제를 뿌리고 밭을 갈아엎어도 반드시 또 피어나는 꽃, 한 줌의 햇살과 한 줌의 흙만 있어도 감사한 마음으로 피어나는 꽃, 꽃다지가 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2006-03-1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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