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들내길

[스크랩] 풀의 노래 06

한시알 2007. 5. 31. 17:47


 풀의 노래 06 
오, 저 깊디깊은 두멧골
양지 바른 녘에
좁디좁은 자리만 차지한
한 포기 풀이면 좋겠다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달별빛과
축축한 땅과
앙마른 바람들 살랑대는 곳
인간의 발길 없는 곳
전쟁도, 종교도
술수도, 책략도, 음모도 없는...
그리하여
내 사랑 굳이
가납사니 아니어도
주고 받아들일
양달 한 귀퉁이
바람에 날려 춤추고 
새벌레 따라 노래하는
얕디얕은 골창이래도
거기 졸음에 겨워 서 있는
한 포기 풀이고 싶다

농갈라진 겨레 예순세해 
통봄달 스무여드렛날에
바랄바치 한시알 아리아리~

모다 이승을 떠나 저승에 계시지만
우리 모다 그승에선 풀로 만납시다. 
비나리~









출처 : 장산곶매 백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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