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들내길

[한시알날적이] Re:나에게 소나무란? - 솔

한시알 2008. 8. 1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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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
어느 이웃 언덕배기에서도
초연한 너를 본다

그제는 어릴 때 뛰놀던 오솔길처럼
어제는 우리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처럼
오늘은 늘 푸르게
내일은 꿈 가진 열매 팔에 늘어뜨리고
글피는 남산골 샌님마냥
내 마음을 연다

혼자 있으면 더욱 강해 보이고
여러 벗 같이면
그대로 한 동아리임은
가졌다고 뽐내지 않고
춥다고 호들갑스럽지 않으며
어느 인종이 떠 받드는 위대한 성군보다도
더욱 고아한 너이기에

닮고 싶다
넓지 않은 내 자리에 가득
널 메우고 싶다.

1986.12.28.한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