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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필코 한 주먹만 / 박정만 - 아이사랑님

한시알 2007. 9. 17. 11:09

기필코 한 주먹만 / 詩 박정만

 

 

살아야겠다, 기필코
저승에서 목매달고 죽어서라도.
아직은 남은 꿈이 굴뚝새 나는 밤물결 같고
들머리 지나는 뜬구름의 그림자 같애.

속이 영 거북하고
초저녁 잠 같은 저승의 발길,
난 안 들었어, 난 아니 들었어.
이대로 밑도 끝도 없이 나둥그라지다니.

그것은 절대로 아니 될 말씀,
한세상 오금 펴고 꽃길을 저어 가야지.
순풍에 돛달고 저어 가야지.
노젓는 사공 없으면 아무렴 어때.

개코 같은 말씀인지 딴은 몰라도
이 터수에 거짓말할까.
한없는 목숨의 끝이 있어서
모르면 몰라도 하늘자락 한 끝은 보여 주겠지.

기필코 한 주먹만 더 살아야겠다.

 

 

 

 어느 시인의 죽음 / 詩 박성민

1
변두리 허름한 헌책방
먼지를 푹 뒤집어 쓴
시집 한권 툭툭 털며 읽는다
여성지와 중학교 문제집 사이에 꽂혀있는
시인 박정만
〈그대에게 가는 길〉 유고시집
기필코 한 주먹만 더 살아야겠다던
시인의 시집
靈肉을 짜내 쓴 시인의 피울음이
곰팡이로 앉아 있는 시집 속
시인의 눈은 눈물겹게도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헌책방 나와 낮술 마시며
시인이 응시하던 하늘을 보았다
타다 남은 연탄 같은 여름 해 아래
질식할 것 같은 어떤 삶의 원형을

2
죽음이란 결국 무엇인가
밀려 떨어지는 톱밥처럼 우울하게
이 땅에서 시인의 죽음은
정육점 쇠꼬챙이에 걸린
고기 덩어리 같은
아아, 시의 살과 피

3
짙은, 먹빛으로, 빠르게, 번지는, 구름떼
불현듯, 쏟아지는
장대비 (아아, 저 쇠창살, 쇠창살)

 

 

 

 예전에 자주 가던 카페에서 가져온 시다.

박정만의 시와 박성민의 시를 읽으면

요즘 나른함에 젖은 나약한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아주 사소한 일로 이별을 결심하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일로 죽음을 다짐해 보기도 하던

어리석음 속에서 이 시는 내게 희망을 전해 주었다.

- 기필코 한 주먹만 더 살아야겠다.- 라고 말하던 박정만의 말처럼

나도 '기필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시를 접하게 해주신 들꽃님과 한시알님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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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장산곶매 백기완
글쓴이 : 한시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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