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알한말지기

[스크랩] 86회, 대왕세종의 길고 긴 여정이 끝났다.

한시알 2008. 11. 17. 23:37

http://blog.naver.com/qkfka0621/140058181238 

 

 86회, 대왕세종의 길고 긴 여정이 끝났다. 

 같이 마음 졸이고 화내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아파했던 시간 모두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니 허하기도 하고 한 구석 맘이 놓이기도 한다. 염치없고 덕 없는 백성들을 품고 만 어린 날부터 백성들 위해 멀쩡한 눈까지 잃으며 조선의 문자, 한글을 만들어내기까지, 충녕이며 세종이었던 그 분에게는 너무 길고 험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장인 심온과 아버지 같던 스승 이수, 늘 장하다 말해 주었던 윤회, 아버지, 어머니를 앞세운 것도 모자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정소까지 놓쳤고 함께 꿈을 품었던 이들의 수많은 반대에 부딪쳤으며 시시때때로 반기를 드는 정적까지 상대해야 했다. 

 

이제 그만 하지, 그냥 쉬운 길로 가지, 차라리 대서는 것들 다 죽이고 말지 싶었지만 그는 답답하리만치 어려운 길을 고집했다. 돌아갈 길도 있는데 쉽게 처리해 줄 사람들도 있는데 눈 한번 딱 감고 말면 그 뿐인데 부정한 일도 아닌데, 그는 묵묵히 원칙을 지켰다. 그러니 이제 그 답답하고 아픈 사람 볼 일 없으니, 그 힘들고 어려운 길 따라갈 일 없으니 마음 놓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하지만 결국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리워질 것이다. 답답하고 눈물많고 여린 세종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꿈을 꾸었던 사람들, 그의 꿈에 반대했던 사람들 모두 그리울 것이다. 천하에 역적 같았던 조말생도, 끝까지 문자창제를 반대했던 최만리도 그들의 나라 조선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위하고 아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백성들, 나아가 조선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고 이기고 누르기 위해 갖은 방법을 쓰면서도 그들의 정적이었던 세종을 인정하고 어쩌면 존경했다. 이상이 달랐을 뿐, 이상을 바칠 대상은 다르지 않았던 그들, 그들이 전해준 그 이야기들을 어떻게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반대하는 이가 가야할 길을 더 명확히 보여주는 법이라며 측근보다 정적을 아낄 줄 알았고 원칙의 중심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 지 알았다. 군왕의 권력을 지니고도 백성들 앞에 그 아픔 함께 나눠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무릎 꿇을 줄 알았고 자신과 뜻이 다르더라도 나라를 위해 힘쓸 줄 알았다. 싸우던 이에게 지고도 내 나라 걱정 먼저 할 줄 알았고 관원이라면 최소한 자기 목숨만큼 백성 목숨 귀하게 여겨야 하는 줄도 알았다. 곧 죽게 생겼어도, 억울한 태형을 당해도, 자신의 원칙에 맞지 않아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은 일 앞에서도, 때론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나라를, 백성을 생각할 줄 알았다. 그래서 2008년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대왕세종은 더욱 그리워질 이야기이다.

  

마음으로부터 따를 수 있는 사람 밑에 있으면 좋겠다. 아니, 그 사람은 미워도 그 사람 품은 뜻이 고와서, 옳아서 그리고 그 일을 이뤄나가는 방식이 답답하도록 예뻐서 차마 다 미워지지 않는 사람 밑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많이도 생각했다. 세상보다는 자신이 더 두려워야 하는 법이라는 말이 가슴에 꽂혀서 따끔따끔하다고도 생각했다. 미운 사람도 그 뜻이 옳다면 손을 잡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고 누르고 소리치기보다 설득하고 손 잡고 나가는 것이 더 어렵지만 결국 옳은 길임도 다시 알았다. 

 

시간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이뤄지기 전에 포기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느꼈다. 처음으로 드라마 보다가 무릎 꿇고 감사하다고 외치고 싶게 만든 한글창제, 이렇게 쉽게 따닥따닥 치고 있는 한글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도 부끄럽게 다시 깨달았다. 이렇게 눈물만이 아니라 살면서 지침으로 삼아도 좋을 원칙들을  많이 배우고 느끼고 알았다.

  

1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종영이라니 긴 시간 참 빨리도 흘러갔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대왕세종과 함께 좋은 꿈, 장하고 고운 꿈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

출처 : 장산곶매 백기완
글쓴이 : 한시알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