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오곰살이

우리집 따숩게 - 단열법(패시브하우스, 뽁뽁이, 룸텐트), 단열재, 보일러관리

한시알 2015. 1. 7. 13:03

 

추운 겨울을 맞아 에너지도 절약하고 '우리 집 따숩게' 하는 방법들을 사부작사부작 글로 올립니다. 단열과 창호, 곰팡이와 결로 그리고 보일러에 대한 서민형 체험담을 함께 나눕니다. 첫번 째 편으로 '단열과 창호'를 싣습니다. - 기자말

'돈 잡아먹는 계절'이라는 푸념이 사치일 만큼, 누군가에게는 사는 것이 혹독하고 시린 시간들이다. 올해는 12월 초부터 눈보라가 치며, 겨울이 당도했다. 황인숙 시인은 <인숙만필>에서 '머리가 띵해지도록 추운 날' 길거리에 누워있는 노숙자를 보고 이렇게썼다. 

'불운한 사람들의 유일한 도피처인 잠조차 최소한도 지켜주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독한가? 우리는 악독한 추위처럼 독하다. 그런 거 같다. 죄 없이 벌받는 사람이 많은 겨울이다. 죄 많은 겨울이다.'

'죄 많은 겨울'이라는 말이 웃풍이 들이치는 집 안에서 체감되기도 한다. 왜 분명 실내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시베리아에서는 바깥에서 오줌을 누면 바로 언다'는 말이 생각나는 걸까.

사실 나는 꼬맹이 시절부터 애늙은이처럼 겨울을 저주했더랬다. 커서는 겨울이면 은행잔고 30만 원을 믿고 따뜻한 남쪽 나라로 피신을 가 폐포까지 들어차는 뜨겁고 습한 공기를 마셨다. 

여름에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정말이지 뜨거운 것이 좋아. 이렇게 겨울을 '싫어라' 하는 내가 부실공사로 바람이 숭숭 들이치는 빌라 꼭대기층에서 4년을 살았다. 그 곳은 이름하야 '합정동 시베리아'.

'합정동 시베리아'가 남긴 안면홍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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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 홍당무> 포스터
ⓒ 모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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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오래 되고 낡은 건물이 춥다고 생각하지만, 집 장사치들이 날림으로 지은 다세대신축 빌라도 그에 못지 않았다. '합정동 시베리아'는 나에게 '신축빌라, 어디까지 추워 봤니?'를 알려주었다. 그 후유증으로 겨울철 실내온도가 20도 넘는 곳에만 들어가면 영화 <미쓰 홍당무>에서 공효진이 걸린 안면홍조증 마냥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그제서야 나는 몽골 아이들 사진이 '볼빨간'으로 나오는 이유를 체득하게 되었다. 세찬 광야의 바람을 맞으며 일교차가 큰 곳에서 지내다 보니 얼굴 미세 혈관이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며 호빵맨 스타일의 '볼빨간'이 된 거였다. 

몽골 아이들은 이국적인 느낌과 순수한 귀여움을 풍기지만, 이국적일 것도 없고 귀여울 것도 없는 중년의 나는 어쩌란 말이냐. 그리하여 '합정동 시베리아'를 떠날 때는 온통 "단열, 단열, 단열"을 선창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새로 들어갈 집은 20년 전에 지어진 집. 단열 따윈 도통 모르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또 꼭대기층(돈 없는 자의 선택이란...흑흑). 최근에야 단열재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2011년 이전에 지어진 임대 목적의 다세대 빌라는 대개 단열이 부실하다(그 이후에 지어진 집들도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있다). 

겨울철마다 남쪽 나라로 피신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무조건 '따순' 집을 만들어야 했다. 나는 20년 된 다세대 빌라를 패시브하우스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패시브하우스란 별다른 냉난방 장치 없이도 20℃ 정도의 적정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집을 말한다(어메이징!). 공지영씨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에는 엄마가 공부 안 하는 딸에게 적정 온도를 시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나온다. 

"좋은 대학 나와서 남들이 다 인정하는 직업 가지고 살면 편해. 그건 열대우림이나 북극에서 사느냐, 아니면 일년 내내 맑고 청명하고 온화한 기후에서 사느냐 이런 문제이지."

'합정동 시베리아'가 열대우림이나 북극이라면, 패시브하우스는 일년 내내 맑고 청명하며 온화한 기후라고 할 수 있다. 에어컨, 제습기, 보일러, 온풍기, 열풍기 등이 모두 열대우림과 북극에 가까운 날씨를 피하려고 고안된 장치 아니겠는가. 그런데 패시브하우스는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 이런 장치들 없이도 집 자체를 보온병처럼 만들어 사시사철 온화한 온도를 유지한다. 

겨울에는 태양의 빛과 열 에너지를 실내에 가둬 난방을 하고, 여름에는 차갑게 식힌 실내공기가 바깥 열기에 높아지지 않도록 외부 열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약 24%가 건물 에너지에 사용되는데, 패시브하우스는 일반 건물 에너지의 80~90%를 절약한다. 흠, 패시브하우스가 좋은 대학보다 기특한 거 같다.

가난하다고 왜 모르겠는가, 단열재와 창호의 위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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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 넓게, 단열효과를 위한 암막커튼 샤방샤뱡한 시폰 커튼을 달 때는 지났다! 암막커튼은 빛만 막는 것이 아니라 바람도 잘 막는다. 일반 커튼이나 블라인드에 비해 단열효과가 크다. 단, 외기가 닿는 벽면 전체를 다 막아야 좋다.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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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패시브하우스'를 구현하려면 내가 건축주가 되어 처음부터 집을 다시 짓든가, 공력과 자본을 들여 집을 뒤엎는 수준의 리모델링 공사가 필요하다. 우리 집도 아닌데 이를 어쩔. 그렇다고 춥게 사는 건 너무너무 지긋지긋하고,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에너지효율 1등급 콘덴싱 보일러와 웃풍을 막아주는 단열재와 창호의 위력을. 최신식 아파트에 입주하거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집 한 칸이 없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사실, 전면 공사를 하지 않는 한 집을 따뜻하게 만들기란 참 어렵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집이라면 어떻게든, 기어이 추워지고야 만다. 특히 소유권이 없어서 공사가 불가능한 세입자의 경우 한계가 많다. 

그래도 해보자. 겨울철 내내 미지근한 방구석 한 번 안겨주지 않다가 10만 원이 넘는 난방비를 들이대는 가혹한 고지서에 상처받지 않도록, 차근차근 할 수 있는 만큼씩 집을 따뜻하게 만들어보자. 각자 할 수 있는 방법을 참고하시고, 세입자는 사부작사부작 따라서 DIO (Do it Ourselves) 설치를 하면 이 겨울 어느 정도 온기 서린 위로를 받으리(그럴 수 있기를!). 

아래 실린 구체적인 방법들은 여성환경연대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 수도, 단열, 보일러의 꿀팁과 기술을 나누는 '생활기술 워크숍'에서 이야기되거나, 직접 실습한 내용들이다. 단열과 보일러 이야기를 말로 하기는 참, 거시지하지만 깨알같이 풀어본다. 공사 사진이나 경험은 생활기술 워크숍과 우리 집에 적용한 공사에서 가져 왔다.



 


창호와 단열 보강은 대대적인 공사와 간단한 설치 DIO(Do it Ourselves)로 나뉜다. 이번에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세입자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 소개한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인 단열공사를 다룬다. 


① 뽁뽁이
온 국민이 아는 '뽁뽁이'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뽁뽁이 중에서는 두꺼운 오겹 뽁뽁이(기포가 2개 층으로 되어 있음)가 단열에 좋지만, 여름에도 쓸 수 있는 자외선 차단 뽁뽁이는 오겹으로 된 제품이 없다. 사계절 내내 쓰려면 자외선 차단 뽁뽁이를 구입해 유리창 안쪽에 붙인다. 여력이 된다면 바깥쪽에도 붙여 유리창 양면에 뽁뽁이를 붙이면 좋다. 

② 투명 창을 원할 때는 비닐이나 단열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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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테이트지를 바른 유리창 성애 차이 베란다의 알루미늄 단창 왼쪽 유리 가장자리에 양면테이프로 비닐을 붙이고, 오른쪽은 아무 것도 붙이지 않았다. 하룻밤 사이 오른쪽 창문에는 성애가 잔뜩 끼어 바깥이 보이지 않지만, 똑같은 창문인 왼쪽 창은 성애가 끼지 않아 투명하다. 비닐 한 장의 위력이다.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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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창을 원하거나 뽁뽁이를 붙였어도 부족하다 싶은 부실한 창문은 다음 방법을 사용한다. 유리 가장자리(창틀이 아니라)에 투명 아스테이트지나 김장 비닐을 강력 접착용 양면테이프로 붙인다. 비닐은 두꺼울수록 좋다. 이때 창문을 창틀에서 떼어내고 붙여야 양 창문 모두에 붙일 수 있다. 

창문을 아래에서 먼저 살짝 들어 떼어낸 다음 위쪽을 떼어내는데 끼울 때는 반대로 한다. 유리창이 무겁지 않다면 여자 혼자서도 가능(무거우면 둘이서)! 창틀에 비닐을 붙이면 환기를 할 수 없는데, 이 방법을 쓰면 창문을 열고 닫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단열필름은 유리창에 붙이는 용도인데, 비닐이나 뽁뽁이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여기서 잠깐! 겨울철에도 환기는 결로와 곰팡이 관리 그리고 깨끗한 실내공기를 위해 꼭 필요하다. 특히 단열제품은 유해한 PVC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으므로 환기가 더욱 필요하다(어여 빨리 대안 제품이 나와야 할텐데). 비닐로 유리창을 전부 막아서 문이 열리지 않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③ 문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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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문풍지들 실외용, P자용, 투명형, 털 난 문풍지 등 다양한 상품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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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과 창문 틈 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상당하다. P자형, 투명형, 털달린 형 등 문풍지도 다양하게 나와 있으니 용도에 맞춰 붙여주자. 틈새가 많은 창호에는 버려지는 양말과 솜으로 뱀 모양의 기다란 창틀 쿠션을 만들어 놓아도 바람을 막는다. 

④ 현관문 단열재 혹은 자석 비닐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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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에 설치한 자석 비닐문 추운 날 철문 현관문에 가만히 손을 대보면 쌩쌩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황소바람에 놀라게 되면, 비키니 옷장처럼 집을 한순간에 '싸 보이게' 하는 비닐 문도 기꺼이 달게 된다. 아무렴!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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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문 현관문에 손을 대면 차가운 바람이 느껴질 것이다. 중문이 없는 집들은 현관문을 통해 황소바람이 들어온다. 단열재를 사서 현관문에 맞춰 직접 붙이거나, 현관문에 방음장치를 하면 소음과 바람을 모두 막는 효과가 있다. 

간단하게 해결하고자 할 경우, 상가 유리문에 달아놓는 자석 비닐문을 이용해보자. 자취방에 '비키니 옷장'을 들여놓는 것처럼 집이 한순간에 '싸 보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싸고 쉽게 현관문 바람을 잡는 방법도 없다. 

⑤ 단열 벽지
외기가 직접 닿는 외벽의 경우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단열재 공사처럼 효과가 좋지는 않지만 조금 따뜻해지기는 한다. 뒷면 스티커로 쉽게 벽에 붙일 수 있는 푹신푹신한 단열 벽지를 발라보자. 

⑥ 암막커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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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 넓게, 단열효과를 위한 암막커튼 샤방샤뱡한 시폰 커튼을 달 때는 지났다! 암막커튼은 빛만 막는 것이 아니라 바람도 잘 막는다. 일반 커튼이나 블라인드에 비해 단열효과가 크다. 단, 외기가 닿는 벽면 전체를 다 막아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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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전체, 혹은 창문이 나 있는 벽 전체에 두꺼운 암막커튼을 단다. 창문 크기가 아니라 벽 전체를 다 감쌀 만큼 넓고 길게, 천장부터 바닥까지 암막커튼을 씌운다. 블라인드나 얇은 커튼에 비해 월등히 단열효과가 좋다. 창문마다 암막커튼을 달려니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암막지를 구입해 직접 만들자. 

암막커튼은 원단 가게에서 대폭을 구입해 마감 처리된 폭을 가로로 잡고, 커튼의 위·아래만 박으면 된다. 박는 것은 세탁소나 동대문에 맡기면 끝(물론 직접 해도 된다). 약 3마 정도면 천장에서 바닥까지 벽 반쪽을 완벽하게 덮는다. 원단은 주요 쇼핑사이트에서 '암막커튼지'라고 검색하여 삼중 암막지를 구입한다. 한 마에 6000원 정도부터 한다. 

⑦ 실내 룸텐트
방 한쪽만 가리는 커튼이 아니라 방 전체에 텐트를 쳐서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시베리아 벌판처럼 바람이 불어 닥치는 오래된 주택에 사는 딸과 손녀를 위해 어머니가 만든 실내 텐트가 상품화 되었다. 

실내텐트는 난방 공간을 최소화하여 온도를 잡아주므로 전기장판 등 최소한의 난방으로도 실내 온도가 10℃ 더 높아진다. 단열 공사가 부실한 집에서 적은 비용으로 아늑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방법이다. 

다음 편에는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단열 기술이 아니라, 본격적인 '단열과 창호' 집수리에 대해 알려드리겠다. 커밍 쑨!!



 

추운 겨울을 맞아 에너지도 절약하고 '우리 집 따숩게' 하는 방법들을 사부작사부작 글로 올립니다. 단열과 창호, 곰팡이와 결로 그리고 보일러에 대한 서민형 체험담을 함께 나눕니다. 두번째 편으로 '단열과 창호공사'를 싣습니다. - 기자말

지난 기사에서 '언발에 오줌 누는 격'으로 사부작사부작 집을 따뜻하게 만드는 7가지 방법을 알아보았다(관련기사 : 안면홍조 공효진도 이 방법은 몰랐을 걸?, 뽁뽁이부터 룸텐트까지 단열 노하우 7가지). 

이번 글에서는 집 공사가 가능한 경우 단열과 창호공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지 본격적으로 다룬다. 단열과 창호공사는 어차피 기술자에게 맡겨야 하는데 이런 것까지 왜 알아야 하냐고? 자재를 모르고 "알아서 해 주세요" 했다가 후회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사 후에 뜯을 수도 없고 말이다.

"알아서 해 달라"고 기술자에게만 맡기면 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단열재가 사용되는데, 단열재 종류와 특성을 조금만 알아도 훨씬 효율이 높은 자재를 골라 쓸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공사하는 분들은 익숙한 자재를 계속 사용하므로, 공사를 맡기는 사람이 알아서 자재를 챙길 수밖에 없다. 단열공사를 한 번 하려면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되고 공사비도 꽤 비싸기 때문에 공사를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  

[단열공사] 기술자에게만 맡기면 안 되는 이유

단열공사와 창호공사는 겨울이 되기 전 여름이나 초가을에 미리 해야 좋다. 일반적으로 합성수지 단열재에 접착제가 쓰이다 보니 시공을 한 다음 3~7일 정도는 문을 활짝 열어 충분히 환기를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몸에 유해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한가득 들이마셔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봄 20년이 된 서울의 다세대 빌라 꼭대기 층에 단열과 창호 공사를 했고, 이번 겨울에는 여성환경연대 회의실(외기가 닿는 벽)에 단열재와 창호를 설치했다. 다세대 빌라는 기술자에게 맡겼고, 여성환경연대 회의실 단열공사는 '우리집 따숩게 워크숍'을 통해 워크숍 참가자와 강사(은평 두꺼비하우징 소속)가 함께 시공했다. 워크숍에서 단열재를 고르고 직접 시공하는 과정을 거치니, 동네 품앗이로 함께 해볼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세대빌라와 여성환경연대 사무실 건물은 모두 오래되고 달랑 단창 하나만 달려 있어 겨울이 오기 전부터 북풍의 세찬 바람이 창문과 벽에 숭숭 들이쳤다. 컴퓨터로 업무를 하다가 시린 손을 호호 불어야 했다. 거기서 벗어나는 길은 보일러 난방수 온도를 70도로 맹렬히 돌리는 방법이 있으나, 그 도시가스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움이 많아 고민이었다.

다세대 빌라의 경우, 단열과 창호 공사 후 전에 비해 1년간 에너지 사용량이 90% 가량 줄었다. 12개 단체가 입주해 있는 여성미래센터에서 상근자가 제일 많은 여성환경연대는 입주 시만단체 가운데 전기와 난방에너지를 가장 적게 사용한다. 회의실 단열공사를 한 다음부터는 그곳을 늘 감싸고 있던 냉기가 사라졌다. 그걸 몸으로 절절하게 체감되었다. 이 공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금 깨알같은 단열과 창호공사 방법을 공개한다.

단열은 건물에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외벽에 두꺼운 옷을 입히는 게 효과가 가장 좋지만, 건물 전체를 공사해야 하므로 시행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집 내부에 내단열 공사를 한다. 벽뿐만 아니라 바닥과 천장까지 단열 공사를 해야 좋다. 단열재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벽 두께나 집의 형태, 예산에 따라 고르되 반드시 등급을 확인한다. 

단열재는 '0등급0호'로 표시되는데, 가~라 등급, 1~4호까지 있다. 가등급 1호에 가까울수록 좋지만, 1호는 대규모 공사가 아닌 한 개인적으로 구하기 어렵다고 하니 가 등급 3호 정도가 적당하다. 그런데 문제는 단열재 라벨에는 다음 사진과 같이 나와 있어서 쉽게 가등급인지, 몇 호인지 쉽게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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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열재 등급 '0등급 0호'라고 라벨에 써져 있다면 좋겠지만 단열재 종류만 확인할 수 있다.
ⓒ 여성환경연대, 은평두꺼비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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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재가 당신을 난감하게 하더라도 슬퍼하지 말라. 다음 표를 참고해 등급을 알아낼 수 있다. 위 사진에 나온 단열재는 '비드법 2종(단열관 3호)'이므로 표 참고사항에 따라 단열재 중 가장 높은 '가' 등급으로 분류된다. 표에 나와 있지 않은 단열재의 경우 열전도율을 확인하면 된다. 열전도율이 낮을수록 단열 효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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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열재 등급 표 제품 라벨에 써져 있는 단열재 종류를 찾아 표에서 확인하면 단열재 등급을 알 수 있다.
ⓒ 여성환경연대, 은평두꺼비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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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열재를 어떤 두께로 설치해야 할까? 단열재를 두껍게 설치할수록 좋지만 공간과 비용의 문제로 쉽지 않다. 지역별 단열재 두께 기준은 다음에서 확인한다. 중부, 남부, 제주도에 따라 단열재 등급과 단열재 설치 부위에 따라 두께가 다르다(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일부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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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드 단열재 설치 중 여성환경연대 회의실에 단열재를 붙이기 앞서 접착제를 바르고 있다.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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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 사무실의 경우, 아이소핑크라는 단열재에 석고보드가 붙어있는 '이보드'로 작업했다. 욕심 같아서는 스티로폼 플라스틱 말고, 분해가 되는 무기질 단열재를 쓰고 싶었지만, 공사비가 비싸고 새로 짓는 집 단열공사에나 적합해서 포기했다. 이보드의 경우 단열재를 시공한 후 따로 석고보드나 합판을 대는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되므로 설치가 수월하다. 사실 기준 두께보다는 얇은 단열재를 붙였는데도 창호공사와 함께 했더니, 훨씬 따뜻해졌다.

만약 은박지 같은 것으로 씌워진 '열반사 단열재'로 시공한다면 복사열이 반사될 공간이 필요하므로, 각목을 대서 최소 2cm 정도의 공간을 만든 다음 마감재를 발라야 한다. 또한 단열재가 암만 좋아도 물 샐 틈 없이 잘 설치해야 하므로 솜씨 좋은 분께 공사를 맡기거나 직접할 경우 꼼꼼하게 작업해야 한다.

단열재 별로 장단점이 있지만 경험상 몇 가지 단열재를 추천한다. 

① 에너백 : 열전도율이 매우 우수해 기존 스티로폼의 1/10의 두께로 같은 효과를 내고,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에너백(ENERVAC)'라는 단열재가 있다. 가등급 단열재 대비 약 8배 이상 단열 성능이 강화된 제품이지만, 가격이 비싸다.
② 이보드 : 아이소핑크 단열재에 석고보드가 붙어 있어 단열재를 붙인 후 바로 벽지나 페인트로 마감할 수 있다.  
③ 친환경 단열재: 훈탄과 볏짚보드. 벼 껍집을 구워 만든 왕겨 숯으로, 완전 친환경 산물이다. 우리 집 외벽 한 곳을 15센티미터 두께로 설치했는데, 단열 효과가 좋고 우선 무엇보다 몸에 좋다. 또 버려지는 벼 껍질을 재활용해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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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열재로 훈탄을 채우는 중 석고보드로 가벽을 만들고 단열재로 훈탄을 채워넣고 있다.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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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탄은 전남 나주에서 가져왔다. 어린이 방이나 알레르기성 질환(아토피, 천식 등)을 앓고 있다면 훈탄을 추천한다. 볏짚보드의 경우 사회적 기업 '은평 두꺼비하우징'에 문의하면 된다. 볏짚보드로 만든 집을 '스트로베일 하우스'라고 한다. 훈탄과 볏짚보드는 단열, 습도조절, 실내공기 향상에 좋지만, 두껍게 설치해야 하고 습기에 약하니 환기를 잘 해줘야 한다.

[복층유리 이중창] 허투루 사라지는 에너지가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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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호의 종류 복층 유리란 한 창틀에 유리창이 두 껍 들어있는 창호를 말한다. 유리 사이가 넓을수록 공기층이 넓어져 집이 따뜻해진다.
ⓒ 여성환경연대, 은평 두꺼비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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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은 햇빛과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라 웬만해서는 벽체에 비해 단열성이 많이 떨어진다. 건물은 유리창을 통해 냉난방 에너지의 30% 이상을 잃기 때문에, 허투루 사라지는 에너지를 줄이고 싶다면 고효율 창호로 바꾸자. 창호는 효율등급이 1등급에 가까울수록, 열관류율(R)의 숫자가 적을수록 단열이 우수하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는 복층유리로 된 이중창으로만 바꿔도 충분하다. 

아르곤 가스, 로이유리, 시스템 창호 등 고효율 창호는 많지만, 상당히 비싸니 복층유리 이중창 정도를 설치하자. 이때 PVC 창틀인 하이새시를 선택한다(일반 가정에 쓰는 흰색 플라스틱창틀). 창호 교체 시에는 단열공사도 함께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결로가 생긴다. 복층유리란 유리가 이중으로 되어 있어 유리 사이 공기가 보온을 해주는 창을 말한다. 복층유리로 된 이중창은 창문이 2개가 끼워진 창으로, 창 앞에 라이터를 켜면 불빛의 상이 4중으로 비친다.

집 유리창이 이중창이 아니라 단창이라면 창만 하나 짜서 문턱에 설치해도 좋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중창을 설치할 수 있다. 창호를 뜯어내지 않으니 공사도 비교적 간단하다. 여성환경연대 회의실도 단창이라서 창호만 하나 더 짜서 문턱에 설치해 이중창을 만들었다.

[문풍재부터 실링팬까지] 이 간단한 방법을 왜 몰랐지?

문풍지와 달리 한 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황소바람, 소음, 황사까지 잡는다는 문풍재다. 집이 오래돼서 문이나 창문이 어굿나거나 비틀린 경우, 설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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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풍재 설치 전과 후 오래된 집 문과 창문은 비틀리거나 내려앉은 경우가 많다. 문 위쪽에 황소바람이 드나들 것 같은 틈새가 떡 하니 보인다(위). 문풍재를 설치했더니 문이 맞물리면서 틈새가 사라졌다. 문 바깥에서 보면 빛도 잘 새어나가지 않는다(아래).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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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가 10년 이상 지났다면 이 기회에 1등급 콘덴싱 보일러로 바꾸자. 약 10만~15만 원 정도 더 비싼데 효율은 10~15% 높다. 단 물이 빠질 곳이 필요하므로 보일러 실 근처에 하수구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전면 창이 있는 크게 나 있는 집은 외부 블라인드를 설치하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혹은 남쪽에 난 전면 창에 처마를 내면 겨울에는 햇빛을 실내로 깊게 끌어들이고, 여름에는 그늘을 만든다.

'폐열회수 환기장치'는 빠져나가는 공기의 열을 회수해 들어오는 찬 공기를 데우는 장치다. 전기를 사용하지만, 실내공기도 따뜻하게 하고 자동으로 환기가 되는 기특한 장치다. 낮에 집에 사람이 머물고 햇빛도 잘 받는 남향 집이라면 '태양열 온풍기'를 설치해도 좋다. 태양열로 들어오는 공기를 데우는 장치인데, 이 또한 문을 열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신선한 공기가 들어와 건강에도 좋다. 그러나 둘 다 초기 설치비가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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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순환을 돕는 실링팬 살던 집에 원래 설치되어 있어 모양새가 좀 부담스럽지만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공기순환을 도와 난방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 그대로 달아두었다. 요즘 실링팬은 심플하고 멋진 디자인도 많다.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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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실링팬을 설치하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공기순환을 도와 빨리 따뜻해진다. '에어 서큘레이터'이라는 제품을 쓰면 공기순환을 도와 에어컨과 온풍기 효율을 높인다. 실링팬도 천장에 달기 때문에 공기순환 효과가 있다. 실링팬 중 역방향 회전이 되는 제품을 설치하면 겨울철에는 바람이 일지 않으며 공기순환만 돕는다.

집을 고치거나 뭔가를 설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몸을 따숩게 하는 간단한 방법도 있다. 집이 추워서 이불 속에만 있고 싶다면 뜨거운 물을 넣은 보온 주머니 '유단포'를 이용해 보자. 책상에 앉아 있어도, 안고 자도 5시간 이상 따뜻한 온도를 유지한다. 밤에 안고 잔 유단포에 들어 있던 따뜻한 물을 아침에 세수할 때 사용하면 물도 아끼고 온수 에너지도 아낄 수있다. 유단포가 없다면, 생활세제 용기(2리터)를 유단포 대용으로 써도 된다. 

다음 편에는 집 안에 구비되어 있지만 웬만해서는 틀지 않고 버티면서 "떨지 마, 얼지 마, 살아남을 거야"라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보일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추운 겨울을 맞아 에너지도 절약하고 '우리 집 따숩게' 하는 방법들을 사부작사부작 글로 올립니다. 단열과 창호, 곰팡이와 결로 그리고 보일러에 대한 서민형 체험담을 함께 나눕니다. 마지막으로 보일러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 이름하여 '보일러 연비' 높이기 방법을 싣는다.... 기자말  

4년간 살았던 서울 마포구 '합정 시베리아'를 떠나면서 가스비를 정산하려고 난생 처음으로 도시가스 계량기를 들여다 보았다(그 전까지는 계량기가 건물 어디메에 달려 있는지도 몰랐다). 4년 전 처음 입주한 신축빌라라 계량기를 교체한 적이 없어, 계량기에는 건물에 사는 모든 가구의 4년치 도시가스 사용량이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우리 집보다 평수가 작고 중간 층에 자리잡은 집들보다, 5층 꼭대기 층에 있는 우리 집 가스 사용량이 '단연코' 적었다. 다른 집들의 계량기 숫자가 모두 3과 4로 시작하는데 반해 우리집만 2로 시작했다. 물론 남들보다 춥게 산 덕이기도 하지만, 부단히 보일러 연비를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집 보일러 연비, 얼마나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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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가스 계량기 읽기 계량기는 끝자리 3자리 (빨간 박스)가 아니라, 빨간박스 앞의 숫자로 읽어야 한다. 이미지의 가스 사용량은 2,753m³이다.
ⓒ 여성환경연대, 고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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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경우 연비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지만, 오랜 시간 생활하는 '집의 연비'는 대부분 관심이 적다. 물론 보일러 연비는 자동차 연비보다 복잡해서 답이 똑부러지게 정해져 있지도 않다. 보일러 종류와 집 상태, 생활습관에 따라 효율적인 방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집 보일러는 타이머(시간예약)를 누르면 무조건 난방수 온도가 80도로 돌아가고, 외출을 누르면 동파 방지를 막기 위해 최소한만 가동되는 'D보일러'다. 전에 살던 집에 달렸던 'R보일러'는 타이머 상태에서도 원하는 대로 온도를 설정할 수 있다. 여성환경연대 사무실에 달린 'L보일러'는 외출과 타이머 기능이 같아서, 다른 보일러에 있는 '타이머' 기능이 없다. 

게다가 집 단열상태에 따라 보일러 사용법도 다르다. 그래서 어떤 이는 타이머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하는데 다른 이는 타이머로 했더니 난방비가 더 나왔다는 소리를 한다. 또 집을 비울 때 '외출' 기능을 이용하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출'로 맞춰놨다가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이도 등장한다.

정보를 찾을수록 헷갈리고 사람마다 하는 말이 달라서 내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12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바깥 온도가 비슷한 일 주일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일러를 틀면서 정해진 시간마다 계량기 수치를 확인해 본 것(우리 집 계량기는 보기도 힘든 곳에 달려 있어서 난간에 매달려 계량기 수치를 검증했다. ㅠ.ㅠ). 그 결과 기본적으로 아래 방법들을 적절히 참고하면 되시겠다. 우리집 보일러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비법이라면, 스스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일러를 틀면서 계량기 수치와 실내온도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질문 1] 보일러 설정, 난방이 비쌀까 온수가 비쌀까?

이 질문의 답은, 온수가 비싸다! 따라서 난방수와 온수 온도를 따로 설정할 수 있는 보일러라면 온수 온도는 되도록 낮게 유지해야 한다. 난방수는 보일러 배관 안을 순환하며 계속 데워지지만, 온수는 사용 후 버려지기 때문에 빠져나간 만큼 차가운 물을 지속적으로 데워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절수기를 설치하면 물을 절약할 뿐 아니라 온수를 적게 사용하므로 난방비도 줄어든다. 온수(급탕수)와 난방 비용이 따로 기재되는 아파트 고지서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여기서 잠깐, 온수를 적게 쓰는 깨알같은 방법!

① 겨울철에는 샤워 횟수와 샤워 시간을 줄인다(여름처럼 날마다 샤워할 필요 없다). 
② 수도꼭지가 온수에 있으면 보일러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집이 있으니, 사용 후 수도꼭지를 냉수 쪽으로 돌려놓는다. 
③ 온수 사용 시 보일러를 틀어놓고 한참 뜸 들이지 말고, 바로 온수를 사용해야 에너지가 절약된다.
④ 온수 온도는 40~50도 아래로 낮게 유지한다. 온수 온도가 높게 설정되어 있으면 '앗, 뜨거' 할 만큼 보일러를 돌린 다음 찬물을 섞어 온도를 낮추는 꼴이다. 우리집 보일러 온수 최저 온도는 37도인데, 한겨울에도 샤워할 때 몸이 뜨끈뜨끈해진다. R보일러의 경우, 한겨울에는 온수 한 칸으로는 좀 춥고, 온수 두 칸 정도가 따뜻했다.  
   
[질문 2] 외출 시 보일러 전원은 꺼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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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보일러 사용법 보일러 직장에서는 퇴근 3시간 전에 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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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형광등처럼 보일러 전원을 껐다 켰다 하면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므로, 외출 시 끄지 말고 낮은 온도로 켜놓거나 '외출'로 돌려 놓으라는 말을 들었다. 사실이다. 보일러 동파까지 생각하면 어떤 집이든 '외출'로 설정하거나, 낮은 온도로 보일러를 틀어놓아야 한다. 

그러나 에너지 측면에서만 보면, 단열이 안 되는 추운 집은 '외출'로 해놔도 보일러가 자주 돌아가니 차라리 끄는 게 낫다. 그러나 이런 집들도 한겨울에는 동파 방지를 위해 꺼놓기보다 '외출'로 해놓아야 한다. 난방비가 약간 더 나오더라도. 

반대로 최신 아파트나 단열공사를 한 집은 보일러를 끄지 말고 '외출'로 해 놓거나 실내온도를 17도 정도로 약하게 유지하는 게 효과적이다. 우리집의 경우, 집에 없는 낮 시간 내내 하루는 '외출'로 해 놓고 하루는 난방수 온도를 30도로 맞춰놓은 다음 가스 사용량을 비교해 보았다. 결과적으로 난방수 온도 30도가 '외출'보다 가스를 약간 적게 사용했다. 

왜냐하면 우리 집 보일러는 '외출' 기능이 동파만 막을 뿐 거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온도가 떨어진 난방수를 데우면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듯하다. 난방수 온도 30도는 실내온도 17도 정도로 다른 보일러의 '외출' 기능에 해당한다. 이처럼 각각 다른 보일러 특징이 사용설명서나 제품 홈페이지에 나와 있으니 꼭 숙지하시길! 나 역시 이사온 지 일 년 후 보일러 사용설명서를 읽다가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질문 3] 보일러 청소는 해야 할까?

직접 할 수 있는 보일러 청소는 기빼기(에어콕) 밸브를 통해 배관을 청소하는 법과 보일러 필터를 청소하는 것, 두 가지다. 먼저 배관 청소는 배관 내 이물질(수산화칼슘)과 공기를 제거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전면난방수 교체와 부분 청소로 나뉜다. 전면난방수 교체는 업체에 맡겨 진행하는데, 가스 보일러의 경우 10년에 한 번, 기름 보일러의 경우 3~5년에 한 번 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부분 청소는 분배기의 공기빼기 밸브를 열어 공기와 녹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분배기는 싱크대 아래나 보일러실에 있는, 가스밸브가 여러 개 달려 있는 장치를 말한다. 부분 청소를 하려면 가장 먼저 보일러를 끈다. 자동으로 물 보충이 되는 보일러의 경우, 분배기 위에 꼭지처럼 달려 있는 공기빼기 밸브를 열어 공기와 녹물을 뺀다. 

수동으로 부족한 물을 채워주는 보일러의 경우, 물 보충 밸브를 먼저 연 다음 공기빼기 밸브를 열어 준다. 이때 분배기에서 여러 곳으로 순환되는 밸브를 하나만 열고 공기빼기 밸브 아래 대야를 받친 다은 5~10분 정도 공기와 녹물을 모두 빼낸다. 공기와 녹물이 나온 후 맑은 물만 나올 때 분배기 밸브를 잠그고, 다음 밸브를 열어 같은 방법으로 진행한다. 다른 방은 다 따뜻한데 한 방만 안 따뜻할 때도 이렇게 배관 청소를 해주면 좋다. 

필터 청소는 보일러 통 아래 달려있는 필터를 분리해 물로 깨끗하게 씻어주면 된다. 필터 청소 전에 분배기 밸브와 직수 밸브를 모두 잠근 다음, 필터를 씻어 제자리에 끼우고 잠갔던 밸브를 열어준다. 필터와 직수밸브의 위치는 보일러 사용설명서나 제품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보일러 아래 달려 있는 호스와 분배기를 수건이나 보온재로 둘둘 싸주면 효율이 높아진다. 특히 오래된 집에는 동(구리) 재질이 사용되었는데, 분배기에서 열이 쉽게 빠져나가므로 꼭 보온해줘야 한다. 분배기를 수건으로 싼 다음 '뽁뽁이'로 봉해주면 열이 새어나가지 않는다. 우리 집은 오래된 집답게 하얀색 호스의 플라스틱(엑셀 파이프)이 아니라 금색의 동 재질이 사용되었다. 실제로 보일러 난방을 할 때 슬쩍 만져보니 열이 새서 분배기 근처가 따끈따끈해져 있었다. 

[질문 4] 실내 온도? 난방수 온도? 대체 몇 도가 좋은 거지?

보일러에 따라 실내 온도와 난방수 온도 중 하나로 난방을 조절하는데, 햇볕이 잘 들고 단열이 잘 되는 집은 실내온도를 사용하고, 단열이 좋지 않은 집은 난방수 온도로 조절한다. 그런데 햇볕이 잘 들고 단열이 잘 되는 집이라도 보일러 조절기가 난방을 안 하는 방이나 추운 곳에 붙어 있다면 난방수 온도를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난방수 온도가 실내 온도보다 정확하기도 하다. 

난방수 온도가 30~50도인 경우 거의 따뜻함을 느낄 수 없고, 55도 이상은 돼야 실내가 따뜻해진다.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는 18~20도인데, 일반적으로 난방수 온도가 55도 이상으로 보일러를 가동해야 실내온도가 18도 정도 된다. 사실 적정온도에서 가만히 있으면 약간 쌀쌀하다. 그러나 몸에 건강하고 책 읽기에도 가장 적합한 온도라고 하니, 쌀쌀할 때는 유단포를 이용하거나 10분 정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실내 체조를 해서 자가 발열하는 게 좋다.

우리집의 경우 퇴근 후 저녁 시간에 난방수 온도를 55도로 해 보일러를 돌리면 실내온도가 19~20도가 된다. 침대 생활을 하므로 밤에 잠에 들면서 난방수 온도를 30도로 낮춘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일러를 돌리며 계량기를 확인한 결과, 낮에 집을 비우고 침대 생활을 하는 집의 경우, 따뜻해지면서도 난방비가 가장 적게 나오는 길이었다(단열이 안 좋은 집은 난방수 온도가 60도 이상 되어야 실내온도가 19도 이상이 된다). 

그에 비해 난방수 온도가 70도일 때 열효율이 가장 높으므로, 70도로 틀어서 실내가 따뜻해지면 '외출'로 돌리고, 다시 추워지면 70도로 난방을 가동시키라는 말도 있다. 단열이 잘 되거나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는 집, 따뜻하게 사는 집의 경우 들어맞는다. 내가 일하는 직장의 경우에도 단열상태는 별로 좋지 않지만, 이 방법을 사용한다. 우리 사무실은 난방수 온도를 50~60도로 돌리면 보일러는 계속 돌아가는데 오전 내내 손이 시려 컴퓨터 쓰기가 힘들다. 

게다가 늦게 따뜻해지고 오랫동안 열이 보존되는 엑셀파이프가 깔려 있어 (요새 보일러 배관은 대개 흰색의 엑셀 파이프를 사용한다), 오후 2시나 온기가 느껴지고 퇴근 때 가장 따뜻하다. 그래서 출근해서 점심 때까지 난방수 온도를 70도로 바짝 돌리고, 오후 2시~3시에 보일러를 '외출'로 해놓는다. 그래도 퇴근 때까지 정도껏 따뜻하다. 이렇게 장소나 생활방식에 따라 효율적인 방법이 다르다(암만 가스비가 적게 나와도 실내가 너무 추우면 것도 곤란하지 않겠는가).

[질문 5] 안 쓰는 방 보일러 막아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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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일러 타이머 기능 타이머 기능이 좋을까? 외출 기능에 해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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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에 따라 30분~6시간 사이에서 '타이머(시간예약)'를 설정할 수 있다. '타이머'는 20~30분 보일러가 돌아가다 지정된 시간만큼 쉬고 다시 보일러가 가동되는 형태다. 일반적으로 '타이머' 사용 시 난방비가 적게 나온다고 한다. 단, '타이머' 설정 시간을 자꾸 바꾸면 보일러가 리셋되면서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서 오히려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된다. 이 사실을 모르던 나는 작년에 하루 세 번 타이머 설정 시간을 바꾸며 날마다 깨방정을 떨다가, 난방비가 후덜덜 했다.

이번에는 차분하게 하루는 '타이머'로 돌리고, 하루는 난방수 온도를 55도로 돌리면서 가스 사용량을 비교해 보았다. 예상 외로 3시간 '타이머'로 했을 때 집은 춥고 가스는 더 많이 잡아먹는 결과가 나왔다. 왜냐면 우리집은 '타이머'로 설정하면 난방수 온도가 무조건 80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보일러가 돌아갈 때 잠깐 따뜻해지는 듯싶다가 3시간 동안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으니 으슬으슬 추워진다. 

저녁시간에만 보일러를 돌리는데 잠깐 돌아가다 멈추니 뭔가 허무한 느낌이랄까. 집에 있는 저녁 시간에 난방수 온도를 55도로 3~4시간을 돌리면 집이 훈훈해지는데 그 효과도 없고 말이다. 게다가 계량기를 확인해 보니 '타이머'를 돌린 날은 그 전날에 비해 약 1.5배 가스 사용량이 많았다. 그러나 보일러를 계속 돌리고 '타이머' 설정 시 온도 조절이 가능한 보일러가 달렸다면, '타이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고 훈훈하게 살기 위해 계속 난방을 돌리는 집이라면, 난방수 온도는 60~70도에 2~3시간 '타이머'를 해 놓자.

기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방의 보일러를 닫아두면 에너지를 약간 줄일 수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빨리 따뜻해지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동파되면 인생 고달파지므로, 사용하지 않는 방이라도 다 닫지 말고 약 1/4 정도 열어둬야 한다. 그리고 보일러를 잠근 방에서 찬 바람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문을 꼭 닫고 방문에 문풍지를 바르면 좋다. 만약 보일러를 잠근 방에 곰팡이나 결로가 생긴다면 밸브를 열어 실내온도를 높이자. 

공사 전에 집을 비워 두면서 동파를 피하기 위해 한 달 내내 보일러를 '외출'에 맞춰 놓았다. 그런데 그 달 난방비는 12만 원. 헉. 가스비만 보면 40평 넘는 대궐인 줄 알겠다. 우리 집은 20년 된 15평 집이라는 거. 처음에는 멀쩡히 돌아가는 보일러를 바꿀 생각이 없었지만, 이 지경에 이르자 13년차 보일러를 바꾸기로 했다. 이왕 바꾸는 거, 일반 보일러에 비해 10~15% 효율이 높다는 1등급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했다. 

도시가스의 경우 1등급인 제품으로 바꾸면 연간 약 5만7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약 2년이면 1등급을 구입한 추가 비용을 상쇄할 수 있으니 보일러 교체 시 꼭 1등급을 선택하자. 콘덴싱 보일러의 경우 보일러에 달린 호스에서 유출수가 나오므로 하수도와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 집은 보일러실 옆에 있는 베란다 공사를 하면서, 보일러 호스가 하수구로 연결되도록 미리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난방을 하면 이불이 깔린 곳은 바닥이 따뜻한데 그렇지 않은 곳은 싸늘히 식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바닥에 러그, 카펫, 담요 등을 깔아두면 보온에 좋다. 그런데 진공 청소기가 없고 2주에 한 번만 청소하는 우리집의 경우, 러그나 카펫에 먼지가 많이 쌓이고 털어내기 힘들어 침대나 소파 아래에만 깔기로 했다.

처음으로 진공청소기가 그리웠다나 뭐라나. 이 경우 두툼한 단열장판(소음방지 바닥재)을 깔면 청소하기도 편하고 난방 효과도 좋다. 덤으로 층간 소음도 줄어든다. 단열장판은 단열벽지처럼 양면테이프로 바닥에 붙여 설치할 수 있다(모양새가 러그처럼 아름답지 않아, 우리 집도 깔지는 않았다).

보일러는 보일러고, 자세는 자세다

올해에는 타이머와 외출 기능이 아니라 난방수 온도 55도로 저녁 때 보일러를 3~5시간 돌리며 살고 있다. 작년보다 실내가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인데 가스 사용량은 약간 더 적다. 1월(12월 사용량)에는 가스비가 3만3000원 나왔고, 현재까지 사용량을 기준으로 2월(1월 사용량) 가스비를 추정해 볼 때, 약 8만 원 정도가 예상된다. 

당연히 2월 가스비가 제일 많이 나오고, 1~3월에는 3만 원 정도, 그 외의 달에는 1만 원이 안 나온다. 참고로 우리 집은 20년 된 15평, 방 3개의 다세대 빌라로, 겨울철 실내온도는 적정온도인 18~20도를 유지한다. 

작년 도시가스 난방비는 1월만 빼고 12월~2월 사이 4만 원이 안 나왔다. 1월에는 하루에 세 번씩 타이머를 바꾸는 깨방정 덕에 11만 원이 나왔다. 타이머와 외출이 효율적이라고 주워 듣고, 그렇게 행했는데 전반적으로 약간 쌀쌀했다는 느낌이다. 물론 1월(12월 사용량)이 8000원 인 것을 보니 거의 보일러를 안 돌려서 그럴 수도 있겠다. 

난방 에너지를 줄이려면 보일러가 아니라 단열과 기밀이 먼저다! 따라서 보일러 연비에 앞서 집 단열을 꼼꼼하게 체크해서 최대한 가능한 선까지 보완해야 한다. 또한 겨울철에 예의를 다하는 자세를 갖추고 살자. 적정 온도 18~20도를 넘는 따뜻한 집일수록 실내가 건조하고 거주자가 감기에 잘 걸릴 수 있다. 실내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내복, 수면양말, 무릎담요, 유단포로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겨울을 겨울답게 보내야 건강하다. 

특히 아이들 키우는 집은 애들 생각해서 굉장히 따뜻하게 살고 환기도 잘 안 하는데, 오히려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실내에서도 스키장에서 리프트 기다리는 자세로 겹겹이 따뜻하게 입고 살아야 한다. '합정 시베리아' 집은 내게 <미쓰 홍당무>에서 나온 의안면 홍조증을 남겼지만, 그 덕에 웬만해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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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별 보일러 사용 시 알뜰난방법(중앙난방에는 해당 사항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