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나리

풀의노래 01

한시알 2013. 1. 28. 23:45


 풀의 노래 01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해를 우르러 봐도
  해바라기라 부르지 않더이다.
  가장 어둔 곳에서
  가장 애타게
  달을 맞아도
  달맞이라 하지 않더이다.
  우리는 바람,
  우리는 추위,
  그 어떤 것과도 맞설수 있지만
  우리를 실어 
  내로 시궁으로 바다로
  보내버리는 큰물, 
  그 흙물과는 다툴 수도 없더이다.
  오, 우리 흙
  그 흙에서만이라도 살게 해주오.
  부라퀴들이여
  우리를 그냥 살게 해주오.
  물흐르는 대로
  바람가는 대로
  흙이 있는 그대로 
  해바라기라 불러주지 않아도
  달맞이라 이름주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그냥 살게 내버려 두오.
                 4338.11.19. 

배경음악-민문연의 '풀'
갈바람이 붉은 햇살을 
갈래 갈래 찢고
저 푸르디 푸른벌판에 
목마른 핏줄기날려 
풀이 눕는다 
비바람에 맞서 풀이 눕는다.
거칠게 누워 드디여 울었다. 
울다 또 다시 누웠다.
바람보다도 발끝보다도 
더빨리 웃고 울었다 
더 먼저 울고 일어선다 
아 햇살은 어두움 몰고 
풀 영원히 살아 숨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