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의 노래
- 고은
태백
오대
설악을 본다
금강산 1만2천봉을 본다.
개마덕이 건너
관모봉
백두산 장군봉을 본다
보이지 않는 천지를 본다.
돌아와
광교산 앞산을 본다
돌아와 뒷산을 본다
밤의 눈으로 아침 이슬의 눈으로 본다
이토록
저 산등성이 저 골짝마다
불타는 70년을 살아왔다
노래 속 두만강
노래 밖 압록강 물소리를 듣는다
청천
대동강 그 구비구비 물소리를 듣는다
예성
임진
귀머거리는 귓창 뚫려
오 한강의 오랜 물소리를 듣는다
금강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 육백리 깨어나는 물소리를 듣는다
그대 여울진 물소리 메어리 치는
내 고뇌와 영광으로 듣는다
그리하여
그대 속삭이는 목소리로
70년 전의 어둠 속 거기
70년 후의 여기에서 기어이 찾아낸다
1945년 그 해 70년 전 그 해
그 해는 내가 솟아나는 해였다
비로소
뜨거운 햇볕 속에서
내가 땀 뻘뻘 흘리는 나였다
태양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태양이었다 태앙의 눈물이었다
한밤 중 별빛들이 내 조상의 별빛들이었다
그 해는
내가 그렇게 시작하는 해였다
종의 사슬 풀려
짐승 우리 풀려
내가 나의 길을 걸어가는 해였다
저 산들도
이 강물들도
살아있는 남녀노소도
무덤 속 남녀노소도 다 함께
물결 같이
벌판 같이 뛰쳐나와
만세 만세 만세를 외치며
내 조국을 시작하는 해였다
되찾은 성과 이름 서로 부르며
되찾은 말로 노래하여 이야기했다
되찾은 내 글자로
공중에 써갈기고 종이 위에 써갈겼다
되찾은 나의 삶으로
나의 세상을 열어 젖힌 그 해였다
그렇게 내 감격의 조국
내 민족을 이룩하는 해였다
그러나 그 숙연한 광복이
그 찬란한 해방이
삼천리 방방곡곡 축복이던 날들의 뒤안에서
끝내 나
끝끝내
나는 절반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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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거라 38선을
목 터져라 울부짖었다
그로부터 70년 인생사였다
그로부터 70년의 오늘을 맞이했다
아픔을 삼키며
절망을 먹으며
절망이던 희망이
내 숨찬 품 속에서 뛰쳐나오는 그날을 꿈꾸며
그 거친 세월의 노을로
그 모진 삶의 흉터로
마침내
온 세상에 코리아를 쌓아 올렸다
아직도 가야 할 길 아리랑의 길
아지고 가야 할 길 자유의 길
그 세찬 분단의 역경 속에서 달려왓다.
조국 광복70년
민족 일치의 꿈 70년
바야흐로 할 일 위에 더 많은 할 일들이
우리 가슴 속에 우리 굳센 깨달음 속에 가득 차 있다
보라 이제 70년은 전혀 다른 70년일 터
둘이 하나인 곳
하나가 여럿인 곳
그 곳으로 가는 필연의 역사여야 한다
여기 우리의 숭고한 행진이 시작된다
모든 기슭의 희로애락들 일부
아직도 사라질 줄 모르는 미움과
아직도 떠도는 거짓들
아직도 남아 있는 불의들을 묻은
그날을 위하여
그날의 둥글고 둥근 일곱 빛깔 운명을 위하여
그 어떤 벼랑도 시련도 넘어서는 뜨거운 일로
또하나의 세계를 향해 간다.
나 이전
나 이후
그 유구한 한반도 산하대지여
동해 남해 서해의 불멸의 파도들이여
맹세하노니
2015년 새해로부터
우리의 깊은 밤 우리의 드넓은 대낮으로
또 하나의 아스라이 솟아나는
저 드높은 또 하나의 광복을 시작한다.
우리는 간다.
고은 시인 수원포럼 ‘세계의 첫걸음’ 강연
2014/12/20 06:30
“올해 연세가 81세라고 하시는데 저렇게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실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고은 시인의 열강에서는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나오는 듯합니다. 우리 수원 광교산의 기를 많이 받으신 것 같습니다.”
18일 오후 4시 30분부터 수원시청 별관 2층 대강당에서 ‘세계의 첫걸음’이라는 연제로 제54회 포럼의 강사로 나선 고은 시인을 두고 하는 한 시민의 말이다. 수원포럼은 매월 한 차례씩 유명 인사들이 대강당 무대에 올라 강의를 한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리고 경기도민입니다. 수원시민이고 장안구민입니다. 연무동민이고 상광교주민입니다.” 첫 발언부터가 일반적인 소개가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가를 이렇게 표현을 했다.
인문은 곧 삶이다
고은시인은 1958년 시 ‘폐결핵’으로 데뷔를 했다. 시집으로는 <만인보>, <허공>, <나는 격류였다> 등의 시집을 냈으며, 제1회 한국문학상(1974), 제14회 한국문학상(1987), 뵨슨 문학훈장(노르웨이 2005), 아메리카 어워드(2011), 공초문학상(2014), 스트루카 황금화관상(마케도니아 2014) 등 수상경력이 있다.
고은시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2005년부터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국내외 뜨거운 시선을 받은 인물이다. 그래서인가 대강당은 1, 2층을 곽 메운 사람들도 열기를 더했다. 이날 고운 시인의 주된 강연의 내용은 인문에 관한 내용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세상의 모순이 들어 난 해이다. 어린 목숨들이 수중고혼이 되는 참담한 나라가 되어 온 세상이 초상집이 되고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희망이라는 말이 괴로운 말이 되었으며 절망의 연속이 되었다.”
고은 시인은 진도 앞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마치 창자를 끊어 낸 듯 비통함이 차 있었다. 한 시간 30분 동안 80세의 고령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때론 격분하고, 때론 비통함으로, 그리고 잔잔한 물결을 연상하듯, 노 시인의 강연은 어고저(語高低)가 수시로 변하며 관중을 시선을 한 곳으로 끌어 모았다.
강연이 끝난 후 시집 전달식도 가져
중간에 고은 시인은 2015년 1월 1일 0시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광복 70년의 노래’라는 시를 낭송한다고 하면서, 먼저 수원 여민각 타종에 참석하지 못하겠다면서 시를 읊었다. 시를 마치고나자 많은 박수를 친 사람들은, 진정 노 시인의 세계의 첫걸음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다.
최고의 서쪽으로
아내의 하루가 간다. 내 하루가 울며불며 간다.
2011년에 발행한 고은 시인의 시집 <행성의 사랑 상하시편>에 수록되어 있는 ‘일몰’이라는 시이다. 단 두 줄인 이 시에 일몰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고은 시인은 수원포럼이 끝난 후 2011년 여름에 펴낸 이 시집을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한 권씩 기증을 해 주었다.그 중 대강당 앞줄에 앉아있던 20여명에게는 직접 사인을 해주었다. 고은 시인의 직접 사인을 한 사집을 받아 든 한 시민은 시집을 가슴에 안고 얼굴이 상기되어 말을 한다.
“과연 세계적인 시인이라 다르십니다. 연세가 저렇게 많은 신데도 불구하고 오늘 강연을 들어보니 젊은이들 못지않은 열정을 갖고 계신 듯합니다. 선생님께서 2015년에는 꼭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수원의 광교산 기슭에 자리를 마련하셨으니 상을 받으시면 우리 수원의 자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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