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나리

2015년 을미년 새 해를 맞이하며 - 70년의 노래(시인.고은)

한시알 2015. 1. 3. 14:29

70년의 노래

 - 고은




태백

오대

설악을 본다

금강산 1만2천봉을 본다.


개마덕이 건너

관모봉

백두산 장군봉을 본다

보이지 않는 천지를 본다.


돌아와

광교산 앞산을 본다

돌아와 뒷산을 본다

밤의 눈으로 아침 이슬의 눈으로 본다


이토록

저 산등성이 저 골짝마다

불타는 70년을 살아왔다


노래 속 두만강

노래 밖 압록강 물소리를 듣는다

청천

대동강 그 구비구비 물소리를 듣는다


예성

임진

귀머거리는 귓창 뚫려

오 한강의 오랜 물소리를 듣는다


금강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 육백리 깨어나는 물소리를 듣는다


그대 여울진 물소리 메어리 치는 

내 고뇌와 영광으로 듣는다


그리하여

그대 속삭이는 목소리로

70년 전의 어둠 속 거기

70년 후의 여기에서 기어이 찾아낸다


1945년 그 해 70년 전 그 해

그 해는 내가 솟아나는 해였다


비로소

뜨거운 햇볕 속에서

내가 땀 뻘뻘 흘리는 나였다


태양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태양이었다 태앙의 눈물이었다

한밤 중 별빛들이 내 조상의 별빛들이었다


그 해는

내가 그렇게 시작하는 해였다

종의 사슬 풀려

짐승 우리 풀려

내가 나의 길을 걸어가는 해였다


저 산들도

이 강물들도

살아있는 남녀노소도

무덤 속 남녀노소도 다 함께


물결 같이

벌판 같이 뛰쳐나와

만세 만세 만세를 외치며

내 조국을 시작하는 해였다


되찾은 성과 이름 서로 부르며

되찾은 말로 노래하여 이야기했다

되찾은 내 글자로

공중에 써갈기고 종이 위에 써갈겼다


되찾은 나의 삶으로

나의 세상을 열어 젖힌 그 해였다

그렇게 내 감격의 조국

내 민족을 이룩하는 해였다


그러나 그 숙연한 광복이

그 찬란한 해방이

삼천리 방방곡곡 축복이던 날들의 뒤안에서


끝내 나

끝끝내

나는 절반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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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거라 38선을

목 터져라 울부짖었다

그로부터 70년 인생사였다


그로부터 70년의 오늘을 맞이했다

아픔을 삼키며

절망을 먹으며

절망이던 희망이


내 숨찬 품 속에서 뛰쳐나오는 그날을 꿈꾸며

그 거친 세월의 노을로

그 모진 삶의 흉터로


마침내

온 세상에 코리아를 쌓아 올렸다


아직도 가야 할 길 아리랑의 길

아지고 가야 할 길 자유의 길

그 세찬 분단의 역경 속에서 달려왓다.


조국 광복70년

민족 일치의 꿈 70년

바야흐로 할 일 위에 더 많은 할 일들이

우리 가슴 속에 우리 굳센 깨달음 속에 가득 차 있다


보라 이제 70년은 전혀 다른 70년일 터

둘이 하나인 곳

하나가 여럿인 곳

그 곳으로 가는 필연의 역사여야 한다


여기 우리의 숭고한 행진이 시작된다

모든 기슭의 희로애락들 일부


아직도 사라질 줄 모르는 미움과

아직도 떠도는 거짓들

아직도 남아 있는 불의들을 묻은

그날을 위하여


그날의 둥글고 둥근 일곱 빛깔 운명을 위하여

그 어떤 벼랑도 시련도 넘어서는 뜨거운 일로

또하나의 세계를 향해 간다.


나 이전

나 이후

그 유구한 한반도 산하대지여

동해 남해 서해의 불멸의 파도들이여


맹세하노니

2015년 새해로부터

우리의 깊은 밤 우리의 드넓은 대낮으로


또 하나의 아스라이 솟아나는

저 드높은 또 하나의 광복을 시작한다.


우리는 간다.




고은 시인 수원포럼 ‘세계의 첫걸음’ 강연


2014/12/20 06:30 

 

올해 연세가 81세라고 하시는데 저렇게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실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고은 시인의 열강에서는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나오는 듯합니다우리 수원 광교산의 기를 많이 받으신 것 같습니다.”

 

18일 오후 4시 30분부터 수원시청 별관 2층 대강당에서 세계의 첫걸음이라는 연제로 제54회 포럼의 강사로 나선 고은 시인을 두고 하는 한 시민의 말이다수원포럼은 매월 한 차례씩 유명 인사들이 대강당 무대에 올라 강의를 한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그리고 경기도민입니다수원시민이고 장안구민입니다연무동민이고 상광교주민입니다.” 첫 발언부터가 일반적인 소개가 아니다자신이 누구인가를 이렇게 표현을 했다.

 

 

 

인문은 곧 삶이다

 

고은시인은 1958년 시 폐결핵으로 데뷔를 했다시집으로는 <만인보>, <허공>, <나는 격류였다등의 시집을 냈으며1회 한국문학상(1974), 14회 한국문학상(1987), 뵨슨 문학훈장(노르웨이 2005), 아메리카 어워드(2011), 공초문학상(2014), 스트루카 황금화관상(마케도니아 2014) 등 수상경력이 있다.

 

고은시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2005년부터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국내외 뜨거운 시선을 받은 인물이다그래서인가 대강당은 1, 2층을 곽 메운 사람들도 열기를 더했다이날 고운 시인의 주된 강연의 내용은 인문에 관한 내용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세상의 모순이 들어 난 해이다어린 목숨들이 수중고혼이 되는 참담한 나라가 되어 온 세상이 초상집이 되고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희망이라는 말이 괴로운 말이 되었으며 절망의 연속이 되었다.”

 

고은 시인은 진도 앞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마치 창자를 끊어 낸 듯 비통함이 차 있었다한 시간 30분 동안 80세의 고령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때론 격분하고때론 비통함으로그리고 잔잔한 물결을 연상하듯노 시인의 강연은 어고저(語高低)가 수시로 변하며 관중을 시선을 한 곳으로 끌어 모았다.

 

 

강연이 끝난 후 시집 전달식도 가져

 

중간에 고은 시인은 2015년 1월 1일 0시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광복 70년의 노래라는 시를 낭송한다고 하면서먼저 수원 여민각 타종에 참석하지 못하겠다면서 시를 읊었다시를 마치고나자 많은 박수를 친 사람들은진정 노 시인의 세계의 첫걸음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다.

 

 

최고의 서쪽으로

아내의 하루가 간다내 하루가 울며불며 간다.

 

2011년에 발행한 고은 시인의 시집 <행성의 사랑 상하시편>에 수록되어 있는 일몰이라는 시이다단 두 줄인 이 시에 일몰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고은 시인은 수원포럼이 끝난 후 2011년 여름에 펴낸 이 시집을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한 권씩 기증을 해 주었다.그 중 대강당 앞줄에 앉아있던 20여명에게는 직접 사인을 해주었다고은 시인의 직접 사인을 한 사집을 받아 든 한 시민은 시집을 가슴에 안고 얼굴이 상기되어 말을 한다.

 

과연 세계적인 시인이라 다르십니다연세가 저렇게 많은 신데도 불구하고 오늘 강연을 들어보니 젊은이들 못지않은 열정을 갖고 계신 듯합니다선생님께서 2015년에는 꼭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우리 수원의 광교산 기슭에 자리를 마련하셨으니 상을 받으시면 우리 수원의 자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