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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분신’으로 아파트 명예훼손?…뻔뻔, 잔인, 천박하다”[한겨레]

한시알 2014. 12. 8. 16:11

 

등록 : 2014.11.25 11:26수정 : 2014.11.25 12:19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조원들과 시민들이 9일 낮 서울 강남구 ㅅ아파트 인근 길거리에서 지난 10월 7일 분신을 시도한 뒤 사망한 아파트 경비원을 추모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압구정동 아파트 “이미지 훼손”…용역업체와 계약 해지
‘경비원 전원 해고’ 소식 전해지자 SNS에 성토 쏟아져
김진숙 “누가 더 뻔뻔하고 천박한가 경쟁하는 거냐”
“이번 기회에 ‘간접 고용’ 문제 개선해야” 목소리도

분신해 사망한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이만수(53)씨의 동료 경비원들이 “분신으로 아파트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해고 통보( ▶관련 기사 바로 가기)를 받으면서 누리꾼들이 “누가 더 천박한가 경쟁하는 거냐”며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경비 노동자들의 계약 해지 통보 사실이 알려진 24일 트위터(@JINSUK_85)를 통해 “입주민의 극심한 모욕을 견디다 못한 경비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더니, 그 노동자의 죽음으로 아파트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경비노동자 전원을 해고했단다. 꼭꼭 숨어 있던 좀비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누가누가 더 뻔뻔하고 잔인하고 천박한가 경쟁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육상효 영화감독(@yswilder)도 “집값이 명예가 되는 세상이구나”라고 개탄했고, 아이디 ‘황야의 이리’(@steppenwol)도 “살다 살다 아파트의 명예라는 소리를 다 듣는구나 야”라며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것들이 어디다가 명예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냐”고 비판했다.

 

“평당 3천만원에 대충 50평 정도 될 테니까, 대충 15억 언저리면 아파트에다가 명예 타이틀을 갖다 붙일 수 있는 거구나”(@ravenclaw69)라거나 “압구리 신현대 개명 : ‘명예의 전당’”(@x_file_)이라고 꼬집은 글들도 올라왔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의 총체적 문제점의 일단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이디 ‘La strada Musica’(@lastrada_mus)는 “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제 시행 관련 뉴스 보면, 사람을 갈아 넣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게 실감난다”며 “사람 귀한 줄 고마운 줄 알려면 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밖에 답이 없다. 출산 육아정책은 개뿔도 없으면서, 체제를 유지할 하층민 생산은 바라는 나라”라고 말했다. ‘In free fall’(@twtingc)도 “사람의 목숨이 깃털보다 가벼운 시대가 왔다”며 “죽음으로 투쟁하는 시대도 끝났고, 죽어도 관심조차 없는 시대도 끝났다. 이제는 그냥 죽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열린 분신 자살 경비원 이만수씨 노제가 끝난 뒤 이씨의 영정이 마지막 근무 장소였던 경비초소에 놓여지자 참석자들이 국화꽃을 바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용역업체를 통해 경비노동자를 ‘간접 고용’하고, 해고 절차 역시 ‘계약 해지 통보’로 손쉽게 이뤄지는 간접고용의 구조적 문제점을 이번 사건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아이디 ‘헨드릭스’(@flyhendrixfly_)는 “어떤 일이든 사람의 품값을 제대로 지불하면서 사람을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조건에 두면서 부려먹을 생각을 하게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신현대아파트 경비원의 불상사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신현대아파트에서 벌어진(사실은 많은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비원 분신사건의 재발을 막는 심플한 방법은 공동주택 관계법령에 경비/관리소장의 직접고용을 못박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 3권 보장하게 하면 된다”고 밝혔다.

 

아이디 ‘張三李四masterkeaton’(@masterkeaton1) 역시 “신현대아파트 해고 문제는 근본적으로 간접고용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봐야겠지”라며 “직접고용이었다면 저런 식의 해고가 불가능하지만 용역업체와의 계약은 노동법 영역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간단히 용역업체와 계약해지하면 자연스레 해고가 이루어지는 형태”라고 밝혔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 이창근 대변인(@Nomadchang)은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주민들 괄시에 못 이겨 분신 자결했음에도 자성보다 모든 경비 노동자 해고로 응답한 그들. 차제에 관련 법 만들어져야 하고 만들어진다면 이름은 ‘압구정 신현대아파트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ㅅ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받은 ‘해고 예고 통보장’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당장 아파트 입주민들의 선택에 분노하는 비판부터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았다. 아이디 ‘pheeree’(@pheeree)는 “신현대아파트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구조적 문제가 저변에 놓여 있으며 신현대아파트를 비난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일이라는 이야기도 맞는 말인데, 당장 쉬운 일부터 시작해야지 구조를 바꾸기 전까지 손 놓고 있을 거임?”이라며 “체제 비판에 집중하면서 구조 속의 가해자에게 도망갈 자리를 주기 시작하면 체제 변혁의 도덕적 기초도 잠식된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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