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울본부 노조원들과 시민들이 9일 낮 서울 강남구 ㅅ아파트 인근 길거리에서 지난 10월 7일 분신을 시도한 뒤 사망한 아파트 경비원을 추모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
압구정동 아파트 “이미지 훼손”…용역업체와 계약 해지
‘경비원 전원 해고’ 소식 전해지자 SNS에 성토 쏟아져
김진숙 “누가 더 뻔뻔하고 천박한가 경쟁하는 거냐”
“이번 기회에 ‘간접 고용’ 문제 개선해야” 목소리도
분신해 사망한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이만수(53)씨의 동료 경비원들이 “분신으로 아파트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해고 통보( ▶관련 기사 바로 가기)를 받으면서 누리꾼들이 “누가 더 천박한가 경쟁하는 거냐”며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경비 노동자들의 계약 해지 통보 사실이 알려진 24일 트위터(@JINSUK_85)를 통해 “입주민의 극심한 모욕을 견디다 못한 경비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더니, 그 노동자의 죽음으로 아파트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경비노동자 전원을 해고했단다. 꼭꼭 숨어 있던 좀비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누가누가 더 뻔뻔하고 잔인하고 천박한가 경쟁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육상효 영화감독(@yswilder)도 “집값이 명예가 되는 세상이구나”라고 개탄했고, 아이디 ‘황야의 이리’(@steppenwol)도 “살다 살다 아파트의 명예라는 소리를 다 듣는구나 야”라며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것들이 어디다가 명예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냐”고 비판했다.
“평당 3천만원에 대충 50평 정도 될 테니까, 대충 15억 언저리면 아파트에다가 명예 타이틀을 갖다 붙일 수 있는 거구나”(@ravenclaw69)라거나 “압구리 신현대 개명 : ‘명예의 전당’”(@x_file_)이라고 꼬집은 글들도 올라왔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의 총체적 문제점의 일단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이디 ‘La strada Musica’(@lastrada_mus)는 “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제 시행 관련 뉴스 보면, 사람을 갈아 넣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게 실감난다”며 “사람 귀한 줄 고마운 줄 알려면 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밖에 답이 없다. 출산 육아정책은 개뿔도 없으면서, 체제를 유지할 하층민 생산은 바라는 나라”라고 말했다. ‘In free fall’(@twtingc)도 “사람의 목숨이 깃털보다 가벼운 시대가 왔다”며 “죽음으로 투쟁하는 시대도 끝났고, 죽어도 관심조차 없는 시대도 끝났다. 이제는 그냥 죽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열린 분신 자살 경비원 이만수씨 노제가 끝난 뒤 이씨의 영정이 마지막 근무 장소였던 경비초소에 놓여지자 참석자들이 국화꽃을 바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아이디 ‘張三李四masterkeaton’(@masterkeaton1) 역시 “신현대아파트 해고 문제는 근본적으로 간접고용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봐야겠지”라며 “직접고용이었다면 저런 식의 해고가 불가능하지만 용역업체와의 계약은 노동법 영역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간단히 용역업체와 계약해지하면 자연스레 해고가 이루어지는 형태”라고 밝혔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 이창근 대변인(@Nomadchang)은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주민들 괄시에 못 이겨 분신 자결했음에도 자성보다 모든 경비 노동자 해고로 응답한 그들. 차제에 관련 법 만들어져야 하고 만들어진다면 이름은 ‘압구정 신현대아파트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ㅅ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받은 ‘해고 예고 통보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