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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신영복 교수 별세(종합)/'사색'과 '강의' 남기고 '더불어숲'으로 간 지성인 신영복

한시알 2016. 1. 16. 05:43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신영복 교수 별세(종합)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신영복 교수 별세 (서울=연합뉴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사진은 지난 2008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출간 20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신영복 교수. << 연합뉴스 DB >>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한혜원 기자 = 감옥에서 20년을 보내면서 가진 생각과 소회를 담은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10시 10분께 별세했다. 향년 75세.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신영복 교수 별세 (서울=연합뉴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2016.1.15 << 도서출판 돌베개 제공 >>photo@yna.co.kr
경제학자인 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육사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관으로 일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년 20일을 복역하다가 1988년 광복절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정치경제학, 사회과학입문, 중국고전강독을 강의한 그는 1998년 사면복권됐다.

그가 사면복권된 날 나온 책이 바로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된 뒤 특별석방되기까지 20년간 수감생활을 하며 느낀 한과 고뇌를 230여장의 편지와 글로 풀어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신영복 교수 별세 (서울=연합뉴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2016.1.15 << 도서출판 돌베개 제공 >>photo@yna.co.kr
이 책은 큰 인기를 얻으며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출간한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1·2', '강의-나의 동양고전독법', '처음처럼', '변방을 찾아서' 등도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랐다.

신 교수는 학자이자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신영복체'로 불리는 글씨체로도 유명했다.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이 그의 글씨체를 사용해 높은 판매기록을 올리자 한동안 기업 광고나 건물 현판을 그의 글씨체로 제작하는 것이 유행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신영복 교수 별세 (서울=연합뉴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2016.1.15 << 도서출판 돌베개 제공 >>photo@yna.co.kr
신 교수는 2006년 성공회대에서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석좌교수로 강의를 계속했으나 2014년 암 진단을 받으면서 그 해 겨울학기를 마지막으로 강단에서 내려왔다.

지난해 4월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를 단 '담론'이 출간됐으며 이 책이 나오면서 신 교수의 투병 소식이 공개됐다.

25년동안 성공회대에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그의 사상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신영복 교수 별세 (서울=연합뉴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2016.1.15 << 도서출판 돌베개 제공 >>photo@yna.co.kr이 책은 동양고전의 명저인 '시경', '주역', '논어', '맹자', '한비자'를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읽어내는 제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과 20년의 수형생활에서 보고 느끼고 배우고 깨달은 바를 엮은 제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로 구성돼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감옥은 대학'이라며 교도소에서 보낸 20년 세월은 실수와 방황과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으나 다른 한편으로 배움과 깨달음의 여정이기도 했다는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영순(68)씨와 아들 지용(26)씨가 있다.
lucid@yna.co.kr 연합뉴스


'사색'과 '강의' 남기고 '더불어숲'으로 간 지성인 신영복
기사입력 2016-01-15 22:59 | 최종수정 2016-01-16 01:15  35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신영복 교수 별세 (서울=연합뉴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2016.1.15 << 도서출판 돌베개 제공 >>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나는 인간을 어떤 기성(旣成)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개인이 이룩해 놓은 객관적 '달성'보다는 주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지향'을 더 높이 사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너도 알고 있듯이 인간이란 부단히 성장하는 책임귀속적 존재이기 때문이다."('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안양에서 동생에게 보낸 편지)

15일 별세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온몸으로 감당한 시대의 고통을 사색과 진리로 승화시킨 시대의 지성인이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 옥살이를 한 신 교수가 옥중서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보여준 반듯한 모습은 같은 동시대 아픔을 겪은 이들의 위안이자 심적인 지지대가 됐다. 

27세부터 47세까지, 옥 안에서 살아야 했던 새파란 젊은 시절을 그저 흘려보내는 대신 끝없는 자기 성찰로 채워나간 고인은 '87년 체제'와 함께 사회로 나와 정권교체와 외환위기 등으로 이어진 숨가쁜 30년을 지켜봤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신영복 교수 별세 (서울=연합뉴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15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2016.1.15 << 도서출판 돌베개 제공 >> photo@yna.co.kr

고인은 특히 물질적 성공과 실용 학문만을 추구하는 세태에서 인문학과 고전의 가치를 꿋꿋하게 지키며 신구 세대를 막론한 지성인 역할을 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고인은 그가 '대학생활'이라 부른 20년 옥살이를 하면서 동양 고전에 관심을 갖게 된다. 

"감옥에서, 특히 독방에 앉아서 모든 문제를 근본적인 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선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유년 시절에서부터 내가 자라면서 받은 교육을 되돌아보게 되고 우리 사회가 지향했던 가치에 대해서 반성하게 됩니다. (중략)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게 될 동양고전 강독은 사실 감옥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의' 중에서)

그가 이때부터 찬찬히 살핀 동양 고전 글귀와 해설을 담은 강독서 '강의'는 인문·고전분야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고인은 '나무가 나무에게', '나무야 나무야' 등 저서에서 사람을 나무에 즐겨 비유했다. 1997년 세계 22개국에서 각국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사는 방식을 둘러본 그는 그곳에서 얻은 성찰을 모은 책 '더불어숲'을 펴내 또 한 번 울림을 줬다. 

별세한 신영복 교수가 남긴 서화 (서울=연합뉴스)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등 명저를 남긴 고인은 옥살이 중에 교도소에서 서예를 배워 출소 후 탁월한 서화 작가로도 활동했다. 사진은 서화 '처음처럼'. 2016.1.16 << 도서출판 돌베개 제공 >> photo@yna.co.kr

특히 어느 누구도 '자본'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본 그는 우리가 다시 살아가야 할 방식으로 '새로운 인간주의'를 제시한다. 

"인간주의의 절정인 파르테논 신전을 바라보며 이제는 자기의 소산(所産)인 문화와 물질 속으로 함몰해가고 있는 오늘의 인간주의를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는 현대라는 또 하나의 어두운 바다를 건너 바야흐로 새로운 인간주의를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인간주의는 자연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아니며, 궁핍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인간이 만들어 쌓아놓은 자본으로부터, 그리고 무한한 허영의 욕망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더불어숲' 중에서)

고인은 이 외에 '변방을 찾아서', '청구회 추억' 등 주옥같은 문장으로 가득한 저서를 남겼으며 소주 '처음처럼'의 글씨를 쓰기도 했다.

hye1@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