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백기완

[스크랩] 묏비나리/백기완

한시알 2007. 12. 26. 14:46

 묏 비나리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백기완

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목숨을 아니 걸면 천하없는 춤꾼이라고 해도
중심이 안 잡히나니
그 한발띠기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라

아니 그 한발띠기로 언땅을 들어올리고
또 한발띠기로 맨바닥을 들어올려
저 살인마의 틀거리를 몽창 들어 엎어라

들었다간 엎고 또 들었다간 또 엎고
신바람이 미치게 몰아쳐 오면
젊은 춤꾼이여
자네의 발끝으로 자네 한 몸만
맴돌라함이 아닐세 그려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이 썩어 문드러진 하늘과 땅을 벅,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시라

돌고 돌다 오라가 감겨오면
한사위로 제끼고
돌고 돌다 죽엄의 살이 맺혀오면
또 한 사위로 제끼다 쓰러진들
네가 묻힐 한 줌의 땅이 어디 있으랴
꽃상여가 어디 있고
마주재비도 못타보고 썩은 멍석에 말려
산고랑 아무데나 내다 버려질지니

그렇다고 해서 결코 두려워하지 말거라
팔다리는 들개가 뜯어가고
배알은 여우가 뜯어가고
나머지 살점은 말똥가리가 뜯어가고
뎅그렁, 원한만 남는 해골바가지

그리되면 띠루띠루 구성진 달구질소리도
자네를 떠난다네
눈보다만 거세게 세상의 사기꾼
협잡의 명수 정치꾼들은 죄 자네를 떠난다네

다만 새벽녘 깡추위에 견디다 못한
참나무 얼어 터지는 소리
쩡,쩡, 그대 등때기 가른 소리 있을지니

그 소리는 천상
죽은 자에게도 다시 치는
주인놈의 모진 매질소리라

천추에 맺힌 원한이여
그것은 자네의 마지막 한의 언저리마저
죽이려는 가진 자들의 모진 채쭉소리라
차라리 그 소리 장단에 꿈틀대며 일어나시라
자네 한사람의 힘으로만 일어나라는 게 아닐세 그려
얼은 땅, 돌뿌리를 움켜쥐고 꿈틀대다
끝내 놈들의 채쭉을 나꿔채
그 힘으로 어영차 일어나야 한다네

치켜뜬 눈매엔 군바리가 꼬꾸라지고
힘껏 쥔 아귀엔 코배기들이 으스러지고
썽난 뿔은 벌겋게 방망이로 달아올라
그렇지
사뭇 시뻘건 그놈으로 달아올라

벗이여
민중의 배짱에 불을 질러라

꽹쇠는 갈라쳐 판을 열고
장고는 몰아쳐 떼를 부르고
징은 후려쳐 길을 내고
북은 쌔려쳐 저 분단의 벽
제국의 불야성, 왕창 쓸어안고 무너져라

무너져 피에 젖은 대지 위엔
먼저 간 투사들의 분에 겨운 사연들이
이슬처럼 맺히고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 들릴지니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세월은 흘러가도
구비치는 강물은 안다

벗이여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치는 피맺힌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산자여 따르라"

노래 소리 한번 드높지만
다시 폭풍은 몰아쳐
오라를 뿌리치면
다시 엉치를 짓모고 그걸로도 안되면
다시 손톱을 빼고 그걸로도 안되면
그곳까지 언 무를 쑤셔넣고 아.........

드 어처구니없는 악다구니가
대체 이 세상 어느 놈의 짓인줄 아나

바로 늑대라는 놈의 짓이지
사람 먹는 범 호랑이는 그래도
사람을 죽여서 잡아먹는데
사람을 산채로 키워서 신경과 경락까지 뜯어먹는 건
바로 이 세상 남은 마지막 짐승 가진자들의 짓이라

그 싸나운 발톱에 날개가 찢긴
매와 같은 춤꾼이여

이때
가파른 벼랑에서 붙들었던 풀포기는 놓아야 한다네
빌붙어 목숨에 연연했던 노예의 몸짓
허튼춤이지, 몸짓만 있고
춤이 없었던 몸부림이지
춤은 있으되 대가 없는 풀죽은 살풀이지
그 모든 헛된 꿈을 어르는 찬사
한갓된 신명의 허울은 여보게 아예 그대 몸에
한오라기도 챙기질 말아야 한다네

다만 저 거덜난 잿더미속
자네의 맨 밑두리엔
우주의 깊이보다 더 위대한 노여움
꺼질수 없는 사람의 목숨이 있을지니

바로 그 불꽃으로 하여 자기를 지피시라
그리하면 해진 버선 팅팅 부르튼 발끝에는
어느덧 민중의 넋이
유격병처럼 파고들어
뿌러졌던 허리춤에도 어느덧
민중의 피가 도둑처럼 기어들고
어깨짓은 버들가지 신바람이 일어
나간이 몸짓이지 그렇지 곧은 목지 몸짓

여보게, 거 왜 알지 않는가
춤꾼은 원래가
자기 장단을 타고난다는 눈짓 말일세
그렇지
싸우는 현장의 장단소리에 맞추어

벗이여, 알통이 벌떡이는
노동자의 팔뚝에 신부처럼 안기시라

바로 거기선 자기를 놓아야 한다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온몸이 한 줌의 땀방울이 되어
저 해방의 강물 속에 티도 없이 사라져야
한 춤꾼은 비로소 구비치는 자기 춤을 얻나니

벗이여
저 비록 이름없는 병사들이지만
그들과 함께 어깨를 쳐
거대한 도리깨처럼
저 가진자들의 거짓된 껍줄을 털어라
이세상 껍줄을 털면서 자기를 털고
빠듯이 익어가는 알맹이, 해방의 세상
그렇지 바로 그것을 빚어내야 한다네

승리의 세계지
그렇지, 지기는 누가 졌단 말인가
우리 쓰러졌어도 이기고 있는 민중의 아우성 젊은 춤꾼이여
오, 우리굿의 맨마루, 절정 인류최초의 맘판을 일으키시라

온몸으로 디리대는 자만이 맛보는
승리의 절정 맘판과의
짜릿한 교감의 주인공이여

 

저 폐허 위에 너무나 원통해
모두가 발을 구르는 저 폐허위에
희대를 학살자를 몰아치는
몸부림의 극치 아, 신바람 신바람을 일으키시라

이 썩어 문드러진 놈의 세상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벅,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다
마지막 심지까지 꼬꾸라진다 해도
언땅의 어영차 지고 일어서는
대지의 새싹 나네처럼

젊은 춤꾼이여
딱 한발띠기에 일생을 걸어라

*(백기완. 1980년 12월짓다) .백기완 시집 <젊은 날>(1990년 12월)에 수록
묏 비나리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노동자의 시 /기관지<노힘 제47호> 

이 長詩 '묏비나리'는 백기완이 1980년 12월에 �다. 그때 선생은 5공화국 출범과 함께 이루어진 대대적인 민주인사 탄압으로 심한 고문을 받고, 그 후유증으로 요양을 하던 중, 치료비를 만들기 위해 그 동안 썼던 작품을 추려 <불문학자 전채린>의 주선으로 '젊은 날'이라는 시집을

1982년 출판하게 되는데, 그 때 이 '묏비나리'는 "민중의 깨어남과 살아서 죽음을 위해

혁명적인 투쟁을 지침하는 서시로" 서슬 퍼런 5공화국 초기에

발표되기 어려운 시였다.하여 작품편집 과정에서 빠뜨린 것이,

10년뒤인 1990년 12월의 증보판에서야 비로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묏비나리에 대하여/ 旻影

 

가. 묏은 무슨 뜻 일까
    옛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순수한 우리말이다


묏[명사] <옛말>꾸지뽕나무./묏 염:. 묏 쟈: (훈몽자회上10 에서).
갓옷[명사] <옛말>갖옷. 가죽옷/프른 묏 갓오시로다(두시언해 初 22:38)
묏ː골[명사] <옛말>산골. /미친 사티 묏고래 수머 겨샤(석보상절 6:4에서)./

         묏고래 苦行샤(월인천강지곡 141章)
묏ː괴[명사] <옛말>살쾡이. 삵. /묏괴라 (圓覺上一之二129)
묏ː―자리[뫼짜―/�짜―][명사] 뫼를 쓸 자리,또는 쓴자리-묏자리를 보러 다니다.
보리[명사] <옛말> 봉우리 그 묏 보리 머리 (월인석보에서1:27).
�[명사] <옛말>1.앞이란 의마다 ./� 묏 길히 險컨마 (두시언해 초에서 9:13).

            �  젼:前 ( 훈몽자회 하권에서 34).

           2.남쪽이란 뜻이다  /� 남:南 (훈몽자회 중권에서 4)
효근[형용사] <옛말> 작은의 뜻이다 <노 묏 밧근 다 효근 뫼히로다>(두시언해 초25:11에서)

따라서 묏은 嶽 山.뫼(봉우리)의 의미다.
묏비둘기.묏부리.묏제비 꽃 등등의 우리 비둘기 묏봉우리 이름이 붙여지기도 하고
묏의 의미는 '순수'.'내'.'효근' '앞=근원'의 의미를 갖는다.
조선 선조 기생 홍랑이 연인 최경창에게 보내는

시에 [묏버들가려꺽어 보내노니...]가 나온느데 이 묏버들은 산 버들로서
홍랑의 순정한 영혼이 담긴 버들(홍랑을 지켜보고 홍랑의 기혼이 담긴)이란

 =악=산의 버들이란 뜻이다.



나. 비나리 비나리 어원은
  "드리는 행위" '빈다'에서 파생된 말로서 '비념'이라고도 하며
 '손을 모두어 빈다'는 뜻에서 '손빔'이라고도 한다.
  비는 행위인 '비나리'라고 한다.

 

비나리패 놀이 과정에서 덕담으로 기원하는 고사문서(告祀文書)에서

찾을 수 있는  순 우리 말이다. "무언가를 빈다는" 뜻의 명사형으로 "비는 행위" 일체를 말한다.
'비나리패'는 여러 가지 굿을 벌인 연후에 마지막으로 행하는
성주 굿에서 비나리를 한다. 성주는 집을 말한다 집신을 위한 기원의 의미굿이다.

 내가 사는 시골에서는 (보성) 성주신에 대한 공양이 내려온다.

1.바니라굿을 할 때 .또는 봄가을.추석 단오 무렵에 깽메구를 치면서

집집마다 돌면서 성주신에 대한 비나리 메구를친다. 성주는 주로 정개, 집마당, 뒤란을

돌면서한다.

성주신은 정개에 있다는 것이 속설이므로 정개에 대하여 비나리 /덕담을 한다.

 

비나리패의 성주굿은
집주인은 작은 상에 백지를 깔고 나서 쌀을 부어놓거나 말됫박에 담아서 올려둔다.
돈을 꽂을 때도 있으며 밥주발에 식구 수대로 수저를 꽂고 명(命)이 길게 해달라고
실타래를 걸쳐두기도 하는데, 이를 '꽃반'이라 부른다.
고사꾼은 주로 상쇠잡이가 주동이 되어서 맡아 하며 구성지고도 신명난 소리로
비나리를 한다. 대청에서 벽사진경(邪進慶)을 기리며 외어내리는
노래이기에 덕담이라고도 부른다.
'덕담'을 잘해야 1급 상쇠라 불렀으므로 가장 소리를 잘하는 이로 뽑아서 했다.
소리를 잘해주면 복이 들어온다고 주인집은 고사꾼의 삼색띠나 악기에
돈을 꿰어달기도 한다.
비나리의 내용은 집안이 무고하고 기후가 순풍하여 풍년이 들고,
병충해도 없을 뿐더러 가축들도 무사하고,
객지에 나간 이들이 모두 무사 건강하길 빈다.
이들 비나리패의 비나리와는

달리 실제로 중들이 직접 걸립(乞粒)에 나서는 비나리 대신에
천수경(千手經) 같은 불경으로 벽사진경을 한다.고사염불 告詞念佛 을한다.

어렸을때 여러분이 종종 보았을 것이다


현재는 남사당패의 비나리만이 원형에 가깝게 전승되고 있다.

이러한 연원을 지닌 "비나리"라는 순수한 우리말은
~위한 기원' ~의식의 기원' '~을 위한 축제'~기원의 행사'에 이름으로 사용 되어짐
[님을 위한 춤비나리] [삶 비나리]. [햇비나리].[상비나리]

고은선생의  1978년의 장시 [갯비나리]는 참여시로서 갯의 터를 노래한 민중시이다. 
묏 비나리
    그렇다면 백기완선생의  '묏 비나리'는 무슨 뜻인가 [묏]은 사실 여러의미이다

     모든 비나리의 우두머리란 의미이기도 하고

남녁 땅을 위한 땅의 축가이기도하고
그것은 우리'山의 '山' 우리 강산의 '강산' 민중적인 근원을 지닌 묏=악=근원
을 복원하는 기원이고, 이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시로 미루어
당연하고 이루어야 할 강산의 비나리란 뜻이다. 즉 백기완이 이상하는
主義의 기원으로 '앞서서 부르는 기원가'다.

 

 

5월 18일...

묏비나리 전문이 있길래...

옮겨놓은 글입니다.

---네이버 블로그 이민영 시인의 시사랑사람들에서 본문 발췌해서 옮긴것입니다.

 

 

 

 

출처 : 자작동시-김바다
글쓴이 : 아자아자제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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