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백기완

[스크랩] 진해서 강연한 통일운동가 백기완스승님

한시알 2005. 12. 24. 16:38
진해서 강연한 통일운동가 백기완씨
“대륙에 대한 꿈을 가져라”

 

표세호 기자 po32dong@dominilbo.com">po32dong@dominilbo.com

 

평생을 통일운동에 몸바쳐온 백기완(73) 선생은 22일 개관 2주년을 맞는 진해기적의 도서관에서 ‘아름다움 꿈, 거룩한 인생관’이란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특히 이날 강연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동진여중 도서위원, 논술반 학생 50명이 참석해 백 선생과 60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교감의 장이 됐다.

   

평생을 통일운동에 몸바쳐온 백기완(73) 선생은 22일 개관 2주년을 맞는 진해기적의 도서관에서 ‘아름다움 꿈, 거룩한 인생관’이란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특히 이날 강연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동진여중 도서위원, 논술반 학생 50명이 참석해 백 선생과 60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교감의 장이 됐다.검은 두루마기에 자줏빛 목도리를 하고 강연장에 들어선 백 선생은 칠순이 넘은 연세에도 기개가 넘쳤다. 한 청중이 건강을 묻자 “죽기 아니면 살기지”라는 우렁찬 목소리는 평생을 깡다구로 살아온 선생의 힘이 전해졌다.

   

선생은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되살려야 한다며 먼저 ‘아름다운 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사람이 태어날 때 누구나 갖고 태어난다. 뭔지 아세요.” 바로 ‘꿈’, 그러나 꿈이 깨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전국에 성업하는 화상경마장을 예로 들며 “노동도 안하고 공부도 안하고 900배 따먹기 위한 사람이 버글버글 거린다”며 어른들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청소년도 ‘돈대고 돈먹기’에 빠져있다며 “태어날 적부터 갖고 나오는 꿈을 스스로 뭉개고 있다. 그 꿈을 잘 보듬을 생각을 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꿈을 물었더니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했던 손자의 이야기를 꺼냈다. “자본주의, 깔고 가야 자기가 살고 돈을 벌 수 있다. 무자비한 약육강식, 경쟁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내 손자의 생각인데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선생의 꿈 이야기. 올해 출간한 <부심이의 엄마생각>에 선생은 어릴 적 이야기를 눈물로 담기도 했었다. 13살에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서울에 왔지만 돈이 없어 중학교에 진학을 못했단다. 한번은 빨간제복을 입은 선수들을 따라갔다. 몰매를 맞고 피범벅이 된 채로 그 학교 교장을 찾아갔다 내쫓겼던 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왔는데 안된다면 학교가 아니잖냐고 했더니 빨갱이라며 내 던져버리더라. 그때 울면서 생각했다. 뜻이 있어도 돈이 없어서 안 되는 잘 못된 ‘벗나러(세상)를 뻥 차는 게 꿈이라고.” 팔순이 다되어가는 요즘에도 그날의 악몽을 꾸며 베갯잇을 눈물로 적신다고 했다.

“아파트 타령 보다는 그릇이 큰 사람 돼야”

또 하나의 꿈, 전쟁통에 피난 내려 올 때 어떤 아저씨가 ‘북쪽에 원자탄을 터뜨려서 몽땅 잿더미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자 ‘옛살라비(고향)에 있는 우리 어머니 죽이겠다는 거 아니냐’라며 대들었다 죽을 뻔 했던 일화를 전했다. 그때 또 하나의 꿈을 새겼단다. 선생은 “전쟁을 일으킨 놈들을 없애버리고 평화의 마을, 아름다운 벗나래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가졌다”며 “아직도 이룩하지 못했지만, 꿈을 저버리지 않고 살고 있다. 여러분들도 보다 더 아름다운 꿈으로 가꾸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거룩한 인생관’으로 이어졌다. 15년 전 소련이 망했을 당시 젊은 친구들이 술에 취해 찾아와서 왜 망했냐고 묻더란다. 선생은 “소련이 망한 것이 아니고 소련의 사회주의자들이 팍삭 썩어 없어진 것”이라고 답했단다. 다 같이 잘살자는 것은 사람의 염원인데 인류 보편적인 뜻이 망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선생은 역사관, 가치관, 종교관 모두 중요하지만 인생관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부시는 깡패도 못된다. 양아치다. 깡패는 힘과 힘을 겨뤄 불합리한 매력이라도 있지만 이라크 침공처럼 양아치는 벽돌로 뒤통수를 깬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거룩한 종교, 기독교가 있는데도 기독교신자인 미국시민 80%가 부시를 지지했다며 썩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람됨의 인생관을 가진 두 사람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노비문서를 불질러버리고 노비들에게 땅을 모두 나눠준 몽양 여운형 선생. 그러면서 “그런데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구냐라고 물으면 ‘박정희’라고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전대통령에 대해 “일본육군 소위가 백마를 선물 받았다면 얼마나 친일반민족이었겠냐, 해방되고 남로당 조직에 가담했던 그는 조직원을 폭로하고 자신은 살았다. 민족반역, 인간반역을 했다. 4·19를 군사반란으로 뒤집어엎은 것은 민주주의 역적, 민주반역”이라고 성토하며, 그를 위대하다고 하는 것은 썩어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10억 주면 뭐든 하겠다? 인생관이 없는 탓”

두 번째는 해방 직후 서울에서 ‘가대기’(한쪽 어깨로 짐을 지는 일)하던 노동자. 깡패들이 그에게 찾아와서 만원을 줄 테니 북으로 가는 철로를 떼와 용수철을 만들자고 제안을 했단다. 그러나 그 노동자는 “3·8선이 막혀 울고불고 난리인데 그 걸 떼어먹어, 너희들은 양아치들이다”라며 거부했고 깡패들은 그를 빨갱이로 몰아 죽였단다.

백 선생은 “한 설문에서 80%가 10억을 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하는데 인생관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그 사람은 죽었지만 역사에 심어놓은 씨앗은 살아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백 선생은 우리겨레의 보편적인 꿈을 청중들에게 당부했다. 선생이 말한 그 꿈은 대륙에 대한 꿈, ‘바라’(담을수록 자꾸 크지는 그릇)에 대한 꿈, ‘노나메기’(같이 일하고 같이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

“대륙에 대한 꿈보다는 요즘은 하루 종일 쩨쩨하게 아파트다. 자꾸 내거 하면서 뜯어먹고 하니까 그릇이 큰 사람을 갈망했던 것이다. 돈놀이 하는 사람 저희들끼리 잘사는 세상이지 ‘땅별’(지구)은 죽어가고 있다. 망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인생관의 문제라는 결론이다.

백 선생은 1950년대 농민운동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전두환 정권에 붙들려 자신의 표현대로 ‘맞아 죽을 지경에 추운 독방에서 천장에 새긴’ <젊은 날>을 비장하게 낭독하는 것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 시의 마지막 부분. “그렇다 / 백번의 세월에 깎여도 / 나는 늙을 수가 없구나 / 찬바람이 여지없이 태질을 한들 / 다시 끝이 없는 젊음을 살리라 / 구르는 마룻바닥에 / 새벽이 벌겋게 물들어 온다.”

 

2005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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